병은 갑이 트럭을 할부로 구입할 때 할부금융사에 대하여 할부금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은 5회까지의 할부금만 납입한 후 병의 승낙도 없이 을에게 트럭을 팔면서 남은 할부금채무는 을에게 넘겼습니다. 이런 경우 을이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갑이 할부금을 물어주어야 하나요?

<해설> 할부금을 물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증인의 입장에서 보증을 서 주는 중요한 이유는 피보증인과 보증인 간의 인적 관계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보증인이 변경되어 버린다면 보증인으로서는 보증을 서 줄 이유가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피보증인이 부담하는 주채무를 제3자가 인수하기로 하였다면 보증인의 보증채무도 소멸하여야 할 것입니다. 민법 제459조 역시 “전 채무자의 채무에 대한 보증이나 제3자가 제공한 담보는 채무인수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물론 보증인이 채무인수에 동의한 경우라면 보증채무는 소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채무인수란 새로운 채무자만 채무를 부담하고 이전 채무자는 채무에서 벗어나는 “면책적 채무인수”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채무인수에는 이러한 면책적 채무인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채무자는 물론 종전 채무자도 여전히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중첩적 채무인수라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중첩적 채무인수란 결국 종래의 채무자 이외에 새로운 채무자가 덧붙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러한 중첩적 채무인수에서는 종전 채무자가 채무를 부담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새로운 채무자가 한 명 더 늘었다고 하여 보증인의 보증채무가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채무인수와 유사한 것으로 “이행인수”라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행인수”는 채무인수와 유사하게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수인과 채무자 사이에서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일 뿐,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채무자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보증인의 보증채무도 변동이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사례에서 갑의 할부금 보증채무가 소멸하기 위해서는 갑과 을간의 채무인수가 보증채무가 소멸되는 “면책적 채무인수”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판례를 보면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 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봐야 하고,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97다1273 판결)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보아 이 사례 역시 할부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채무인수에 대한 승낙이 없는 이상 이행인수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병의 할부금 보증채무는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병은 할부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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