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금년 가정의 달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 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위로하는 아픈 가슴으로 맞이한다.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의 사고도 아닌, 인명을 경시한 부도덕한 악덕 인간들에 의한 인재였기에 더욱 분통을 터트리게 한다. 연일 빈소를 찾는 수많은 애도의 행렬과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명복을 비는 애절한 마음이 담긴 노란 리본들이 5월의 하늘을 수놓지만, 억울하고 분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5월은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 날, 15일 스승의 날, 가정의 날, 19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이 들어 있다. 가히 가정의 달이라 할 만큼 가정과 관련된 날로 장식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글이다. “대저 백성이 있은 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후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후에 형제가 있나니 한 집에 친함은 이 세 가지뿐 이니라. 이에 더 나아가 구족(九族-자기를 중심으로 위로 4대, 아래로 4대 친족의 범위)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이 3친(三親)에 근본하는지라, 그러므로 인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니 돈독하게 아니하지 못할지니라” 즉, 부부·부자·형제는 삼친으로, 그 밖에 멀고 가까운 친척은 다 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들의 친애 함을 인륜의 기본 요건으로 설명 한 글이다.

또 이런 글도 있다. “어버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자식을 생각하 는 마음이 실로 거리가 멀다. 우리는 마땅히 자식보다 어버이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버이를 정성껏 받들어야 한다” 이처럼 옛날에는 가정에 기본 윤리를 친(親)과 효(孝)에 두었음 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는 친과 효가 근본적으로 무너져 내린 것은 아니지만, 점점 희석되어감도 부인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가 산업 사회, 고학력 사회로 바뀌면서 자녀들이 도시로 직장 찾아 나가다 보니 자연 대가족 에서 핵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 삼친 동거의 가정 구성은 붕괴되어 독립 가정이 되고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효’도 형제간의 우애도 같이 멀어져 갈 수밖에 없다. 하나의 풍자지만, 서울에 사는 아들이 시골에 홀로 사는 늙은 아버지를 서울 집으로 모셔와 살게 되었다.

집에는 아들과 며느리, 어린 외동 손자와 애완견 그리고 가정부, 아버지 모두 여섯 식구였다. 서울 아파트 삶에 익숙하지 못한 아버지는 고독감에 빠져 하 루하루 보내기가 지옥 같았다. 게다가 집안 분위기를 보니 가정의 주도권이나 존재 위상으로 보아 며느리가 1번, 손자가 2번, 아들이 3번, 강아지가 4번, 가정부가 5번 그리고 별수 없이 아버지 자신은 6번이었다. 늙은 아버지는 더 이상 고독감과 냉대를 견디다 못해 “3번(아들)아 잘 있어라, 6번(아버지 자신)은 간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시골집으로 왔다는 얘기다.

노부부가 살면서 영감님은 여러해 치매를 앓는 부인을 극진히 보살피다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어 목 졸라 죽게 하고 남편 자신도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 또 치매를 앓는 부인을 보살피다가 부인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저수지 로 돌진해 동반 자살한 사건 등 비슷한 실제 사례들을 신문에서 가끔씩 읽는다. 또 형제간에는 어떤가? 부모의 유산 문제로 소송도 서슴지 않는다. 또 부모 장례식 날 부의금 만 챙기고 도망간 자식, 앓고 있는 노모를 길가에 버리고 간 자식도 있었다.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선장과 선원들, 돈에만 눈이 어두운 악덕 선사의 대표와 그 배후의 실세에 의해 무고한 생명들이 참사된데 대한 아픈 마음과 퇴색해 가는 우리의 가정 윤리의 단면을 보면서 카네이션 대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가정의 달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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