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을 태우고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의 해상 침몰 사고를 보면서 실로 안타깝고 답답하고 침통한 심정이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아니 온 국민으로서 어찌 남의 일 같겠는가. 며칠 동안의 계속 방 영되는 TV 보도를 보면서 대목마다 눈물이 맺히고 울분이 치밀어 오기도 한다.

수학여행을 간다는 들뜬 마음으로 승선하였을 적에 어디 한 점 이런 참변을 당하리라는 것을 생각이나 해봤을까. 배가 기울고 물이 객실 내로 밀려들어오는 순간, 생전 겪어 보지 못한 그 공포감 속에서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만 믿고 이 구석 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그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그 순진하고 착한 학생들 어찌 그 한을 풀어 주리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저들만 살겠다고 제일 먼저 구조선을 타고 도망간 선장과 승무원 들, 이들이 과연 우리 한핏줄의 이 나라 국민이요, 그보다도 인 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해외 해양 전문가들도 일제히 세월호 선장의 행위에 대해서 전 세계 해운업계의 수치라고 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시간이 사고 6일째 되는 날 오전 중이 거늘, 보도되는 구조 현황을 보면 탑승자 476명, 실종 238명, 사망 64명, 구조 174명으로 실 종자 238명은 거의 침몰된 선체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계속 잠수부들이 들어가 주야로 수색 중에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생 존자가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하고는 있지만, 애타게 기다라고 있는 가족들이나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스레 풀어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학여행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이론적으로 배운 것을 실제로 보고 들어서 지식을 넓힐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사의 인솔로 실 시하는 여행이다. 이 여행은 단체 인솔이기에 무엇보다도 중요 한것은 안전 관리다. 수학여행은 보통 한 학년 단위 로 실시되는 데 요즘은 웬만한 중소 도시 학교에도 학급수가 한 학년에 10학급을 전후한 대규모다. 관광버스를 이용해도 10여 대 이상 전세해야 한다. 이 많은 차량을 일렬로 꼬리를 물고 주행 하며 목적지까지 교통량이 많은 도로를 달려야 한다. 더구나 경사도 급하고 구비도 많은 도로를 달린다는 것은 모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차량 중에는 출고 년도나 성능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로 다만 운전기사의 손에 맡기고 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동안에 수학여행 중의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러 차례 나지 않았던가. 요즘은 경제 사정이 좋아지다 보니 선박이나 항공편을 이용하여 제주도, 일본, 중국, 등지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한다. 학생들 또한 수학의 본 의미를 떠나 교사의 눈을 피해 일탈 행동을 하는 학생도 있고 순진했던 학생 도 그릇된 행동을 배워 오는 역 기능도 있다.

그래서 인솔을 책 임진 담임교사나 총책임을 지고 함께 떠나는 교감으로서는 잠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또 역사 유적지나 중요 산업시설 등의 여행 목적지에 가도 워낙 단체나 일반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현지 직원들로부터 해설을 들을 수도 없다. 그야말로 주마간산 식으로 돌아 나올 뿐이다. 지난날 수학여행의 기회가 아니고서야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이라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평생의 경험과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수학여행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여행의 기회가 많지 않은가. 구태여 생명의 위험부담을 안고 실효성 없는 수학여행을 답습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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