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나갈 때 입을 재킷이나 조끼를 하나 사고자 국내 어느 브랜드의 아웃도어 매장을 들렸다. 오래간만에 들린 매장 안에는 진열된 각종 아웃도어 제품들이 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선 디자인에서 화려한 여러 가지 원색의 색상과 변화있는 구성으로 제조되었음이, 단조로웠던 이전 제품들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제품의 원단도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여러 가지 기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나 자신 나이도 늘어가고 해서 근년에 와서는 등산은 피하고 주로 걷기 운동을 하는 관계로 지난날 등산을 할 때에 갖추었던 각종 등산의류들은 현재는 사장된 상태인데, 막상 착용하려 해도 이제는 너무 구닥다리가 되어서 좀처럼 입고 나설 용기가 생기질 않는다.

매장에 올 때는 새 것으로 하나 사고 싶었으나 우선 값이 비쌌고, 또 재킷이나 조끼의 색상이 여러 가지 원색으로 혼란스럽게 구성된 점이 내 취향에 맞지가 않았다. 무채색의 단조로운 디자인의 옷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이런 혼란스럽고 화려한 패션에 선뜻 호감이 가질 않았다. 주인에게 물었다. “이런 것 밖에 없어요?”, 주인은 내가 구형 스타일임을 알아차렸는지, “어르신, 이것도 지금 사셔야지 2~3년이면 없어지고 또 새로운 제품이 나옵니다” 나는 다시 물었다. 한 번 나오면 좀 오래가야 하잖아요?” 라고 했더니 주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농담반, 진담반 처럼 “그럼 우린 뭘 먹고살라고요” 라고 했다.

지금은 온 사회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기에 새것이 헌 것이 되는 기간이 너무도 빨라졌다. 비단 아웃도어 의류뿐 아니라 신사복 정장도 작년 형이 다르고 올해 형이 다르다. 깃이 넓고 기장도 긴 재킷에 가랑이도 넓고 기장도 긴 바지가 유행인가 했는데 어느 사이 그 반대로 깃도 좁고 기장도 짧고 몸에 착 달라붙는 재킷에, 가랑이도 좁고 기장도 짧아진 바지의 정장이 나왔다.

사람의 시각이 간사스러워서인가 별난 모양의 옷이라도 새로 유행이 되어 남들이 다 입고 다니면 그 유행에 바로 익숙해져서 그전 에 유행되어 멋있다고 입고 다니던 옷이 오히려 이상스럽고 촌스럽게 보여 입지 않게 된다. 비단 의류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주방용품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다.

가전제품도 사용하다 보면 고장이 났을 때 사소한 부품 하나만 갈아 끼우면 되는데 그 제품이 이미 생산이 단절 되어 새 모델의 제품이 나와서 부품을 구할 수가 없어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구 또한 이사 할 적마다 새 제품으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된다. 집의 화장실 바닥 타일이 몇 개 깨져서 보수를 하려 해도 똑같은 타일이 이미 단절되 어하는 수 없이 전체를 뜯어내고 새로 공사를 해야 한다.

이것이 현대 발달된 산업 사회의 생산과 소비 구조인바, 시대의 조류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만, 넉넉지 못한 서민들 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벅찰 수밖 에 없다. 그러다 보니 멀리 외곽 어디엔가 있는 싸구려 이월 제품 매장을 찾게 된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는 좀 심한 게 아닌가 한다. 내 집에 오래 사용하고 있는 독일제 압력 밥솥이 있는데 오래 사용해서 뚜껑 속 테두리 고무바킹이 낡아 증기가 새어 밥이 되지를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백화점에 그 제품 코너에 가면 그 오래된 밥솥인데도 그 회사 제품의 고무바킹이 있어서 사다가 교 체해가며 아직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너무 소비자의 구매 충동만을 자극하는게 아닌가 한다. 기존의 제품도 어느 정도 생산해 가면서 신형 제품도 생산해서 구매자들의 취향 따라 능력 따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필요한 제품을 구할 수 있는 생산 구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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