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전에는 어느 마을에 100세 되는 노인이 있다 하면 그 지역 면장, 군수가 시상을 하고 축하의 예를 올렸다. 그리고 신문에도 특종 기사처럼 보도가 되었다. 그만큼 100세를 산다는게 희귀한 일이었다.

당나라의 시성 두보(杜甫)는 그의 시 ‘곡강(曲江)’의 한 구절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인생이 70까지 산다는 게 예부터 드믄 일이라고 했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해 먹었지만 56세 밖에 못 살았고, 조선 왕조 27 왕의 평균수명이 46.7세였으며 82세까지 장수한 왕은 21대 영조 대왕 한 분 뿐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에서 환갑을 맞는 노인이 있는 집에서 환갑잔치를 며칠씩 성대하게 치르는 것을 보았다.

그 당시만 해도 환갑까지 살면 장수하는 것이라고 축복으로 여겼고 돌아가셔도 호상 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 명은 80.8세라 한다. 남자는 77.2 세, 여자는 84.1세로 여자가 남자 보다 7년을 더 사는 셈이다. 앞으로 이 추세로 나가면 지금 50~60 대는 90세, 30~40대 연령층들은 100세는 무난히 살 것으로 본다.

문제는 장수에 따르는 노인 인구의 증가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이면 고령화 사회, 14%가 되면 고령사회, 20%가 되면 초 고령사회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12.4%로 아직은 고령화 사회에 있으나 2018년이면 고령사회로, 2026년이면 초 고령사회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100세 이상 노인이 2천300명이 넘으며, 2030 년에는 1만 명, 2040년에는 2만 명, 2060년에는 8만 명이 될 것이 라고 한다. 고래로부터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바로 장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추구해오던 5복 중에도 제일 첫 번째로 수(壽)가 들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장수를 한다 해도 모든 생명체의 수명은 한계가 있는 법, 그래도 인간의 노력으로 그 옛날 40~50세 평균수명에서 오늘날 80세까지 연장 시켰고 이제 곧 100세에 이르게 되었으니 큰 축복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건강수명이 얼마냐이다. 건강수명이란, 사는 동안 병고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육신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실제 건강수명은 70세로 본다. 즉 80세를 기대수명으로 볼 때 10년은 병고의 나이인 것이다. 수명이 연장되어 100세를 산다 해도 늙으면 신체의 노화가 자연 따르게 된다. 노화는 곧 병고를 부르게 마련, 병고 없이 건강수명으로 100세는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이만큼 수명이 연장된 것도 산업발달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의료혜택을 받고 사는 덕이다. 여기서 노인들에게 더 큰 문제는 경제수명이다. 경제수명이란,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돈이 다 떨어지는 시점까지다. 즉, 경제수명이 얼마냐에 따라 100세도 가능한 것이다.

며칠 전, 젊은 모 가수의 이혼한 50대 아버지가 치매를 앓는 84세의 아버지와 79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살아오다가 노부모를 죽게 하고 ‘내가 모시고 간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도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근래에 와서 노인의 자살, 동반자살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환자가 54만 명인데 고령화 때문에 치매 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며 2030년이면 100만 명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치매는 노인 누구에게도 올 수 있는 질환이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영국의 대처 수상도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떴다. 치매 말고도 중풍 같은 질환도 노인에게는 언제 올는지 모르는 불행의 화신(禍神)이다. 이런 병을 맞으면 가족들이 더 고통이다. 그 고통은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것이 고령화 시대의 노인상이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