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법에서는 기본적으로 부부별산제의 원칙을 취하고 있습니다. 부부지간이라도 각자의 명의로 되어있는 재산에 대한 처분권한은 본인만이 가지게 되고, 빚을 지게 된 경우에도 본인이 아닌 배우자의 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 등이 불가능합니다.

남편이 부인을 또는 부인이 남편을 대신해 부동산에 대한 계약을 한 경우에도, 부부사이라 해서 다른 일방을 대리할 권한이 당연히 있다거나 그 계약이 당연히 유효한 것은 아닌 것 입니다. 우리 민법에는 부부사이에 일상가사대리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민법 제 827조 1항에 의하면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해 서로 대리권이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일상가사대리권이라는 것입니다.

일상의 가사에 속하는 범위 내에서 일방이 타방을 대리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배우자 한쪽의 행위에 대해서도 다른 배우자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일용품의 구입, 난방비, 교육비, 자녀양육비, 의료비 등의 지출에 대한 사무가 이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금전차용행위에 있어서는 일상적인 생활비로서 타당성이 있는 금액일 경우에 한하고, 통상적인 금전의 융자나 가옥의 임대차, 직업상의 사무등은 일상가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행위 당사자만 이 책임질 뿐입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정신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남편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입원기간이 길어 지면서 부인이 입원비, 자녀 학비, 생활비 등의 걱정으로 남편명의의 주택을 매도한 경우 이 매매계약이 유효할까요? 법원에서는 남편의 정신병원 장기입원, 입원비, 학비, 생활비 등이 필요할  것이 인정되며, 이에 대한 남편의 사전 준비가 없는 경우, 남편소유의 주택을 적정가격으로 매도하여 위의 비용을 충당하고, 다른 가족의 생활을 위하여 지출하였다면, 매수인이 이러한 사유를 알았던, 몰랐던 객관적으로 보아서 그 부인에게 남편의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결합니다.(대법 원 1970. 10. 30. 선고 70다 1812 판결)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방 배우자가 타방 배우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해 매매 및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일상가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 동의없이 임의로 남편의 인장으로 아파트 분양계약서 및 유효기간이 지난 인감증명서를 부인이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인이 남편을 대리해 금원을 차용하는 행위나 위 아파트를 매도하는 것에 관해 대리권을 수여했으리라고 믿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1981.8.25 선고80다3204 판결) 따라서, 상대방이 아닌 상대방의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대리인의 외관만 믿고 계약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 때는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고, 이는 부부사이, 친구사이, 친척사이 할 것없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안입니다. 번거롭고 자칫 상대방에게 까다롭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향후 일어날 지도 모르는 분쟁을 생각한다면 예방을 위해 작은 노력을 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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