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캄보디아 북부 ‘시엠립’시에 있는 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앙코르왓트’를 다녀왔다. 우리나라는 한 겨울 추위였는데 그곳에 도착하니 한 여름 더운 날씨인데도 겨울철이라고 한다.

한낮에는 기온이 30도를 넘으며 저녁에는 20도로 떨어지는 일교차가 큰 날씨다. 그래도 우리는 더위를 느꼈는데 그곳 사람들은 저녁엔 한기를 느껴 점퍼나 긴팔 옷을 입고 있었다. 거기다가 연중 12월에서 5월까지는 우기라 연일 비가 내리며 5월에서 다시 12월까지는 건기라 비가 전혀 오지 않는다 한다.

필자가 갔을 때는 마침 건기에 접어든 때였다. 앙코르왓트 사원은 외곽으로 둘레 길이 62Km나 된다는 넓은 해자(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이 해자를 가로질러 서쪽을 바라보며 서있는 앙코르왓트의 정문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었다. 이 다리는 현무암을 기초로 하여 사암을 상판으로 덮고 뱀의 형상으로 된 난간이 있는 100여 미터의 넓은 다리였다. 다리를 건너면서 가까이 보이는 사원이 더 위엄이 있어 보였다.

3층 구조로 된 높이 63m 의 중앙탑을 중심으로 5개의 원뿔형 탑은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놀랍고 신비감마저 들었다. 건축물 어느 한 곳도 목재는 한 군데도 없이 순전히 사각의 큼직한 사암으로 빈틈없이 쌓아 올린 축조물 들이다. 그리고 1층 회랑 벽면에는 앙코르 왕조의 갖가지 이야기가 담긴 부조는 최고의 예술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일일이 다 표현은 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12세기 초에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떻게 이다지도 정교하게 쌓았나 싶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앙코르왓트를 필두로 또 다른 사원으로 가는 길목에 이곳 특유의 악기를 연주하며 우리의 민요 아리랑을 부르는 6~7명 정도의 거리의 악사들을 보았다. 그런데 왜 다른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지나가는데 어떻게 알고 우리 한국 인을 환영하며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인이 잘생겼으며 한국인을 유독 좋아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 시절 동남아 일대를 지배했던 크메르 대제국의 앙코르 왕조가 건립한 이 사원들은 왕은 사후 곧 신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역대 왕들은 신을 위한 사원을 지었다 한다. 이렇게 번성했던 대 제국이 이웃 태국, 월남에게 침략을 당해 수 백년이나 지배를 받는 동안, 화려했던 사원들은 밀림 속에 파묻혀 숨겨진 채 존재조차 잊혀진 상태였다 한다.

그런데 1868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리모오’가 정글 탐험중 이 밀림속에 왕궁이 있다는 전설을 듣고 본격적으로 탐사하는 중에 이 신비스런 사원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찬란한 문화를 창조한 고대 크메르인 후손들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가는 데마다 남루한 어린아이들, 젖먹이를 안은 부녀자들이 관광객을 따라다니며 구걸을 한다.

또 아시아에서 1위. 세계에서 3위로 크다는 자연호수인 ‘톤레삽’의 맹그로브 나무숲속에 사는 수상촌 사람들은 관광객이 타고 가는 배에서 던져 주는 라면 봉지를 그들의 작은 쪽배를 타고 나와 배위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받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마치 우리가 6.25 때 미군이 던져주는 초코레트, 추잉껌을 따라다니며 받아먹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공무원들은 또 어떤가. 입국 비자도 공항에서 입국시 직접 발부 하여 20달러씩 받으며 입국 심사 과정에서도 1달러씩을 받아 냈다. 우리도 한때 급행료라는게 있었듯이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은 선진 문화 부국이 되었구나하는 자부심이 들었다. 앙코르사원 관람중에 거리의 악사들이 우리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도 그만큼 우리의 국력을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겠는가. 더욱이 앙코르왓트로 가는 포장도로를 우리나라가 건설했다 한다. ‘대한민국이 건설한 우호의 도로’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더욱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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