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중국과 러시아의 양국은 국경을 맞대고 오랜 세월동안 화해와 반목을 거듭해왔다. 1917년 10월 레닌은 ‘볼쉐비키 혁명’을 통해 군주제도를 폐지하고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였으며, 이후 중국에 공산주의를 수출하였다. 당시 레닌의 도움을 받은 중국의 몇 명의 공산주의자들은 1921년 7월 상하이(上海)에서 제1차 공산당 대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28년간의 혁명기간을 거쳐 1949년 10월 1일에 공산주의 중국이 탄생하였다.
마오쩌둥은 새로운 중국의 성립을 선포하고, “우리에게는 제3의 길이 없다. 단지 사회주의의 길만이 있을 뿐이다. (我們沒有第三條路, 只有社會主義一條路)”라고 주장하면서 ‘대소련일변도(對蘇聯一邊倒)’를 외교원칙으로 설정했다. 소련일변도정책은 중국이 외교적으로 미국의 압박과 공격에 대비해 소련과 연합하여 자국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후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이 사망하고 권력을 장악한 후루시쵸프가 미국과의 공존을 인정하고 스탈린에 대한 격하운동을 시작하자 마오쩌둥은 이에 반발하여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중국은 소련과 미국이라는 두 강대국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국내적으로는 ‘대약진운동(The Great leap movement)’을 전개하였고, 대외적으로는 ‘비동맹과 고립외교’를 실시하였다. 이 시기의 중국의 국내정책과 외교정책 모두 ‘자력갱생(自力更生)’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나 두 강대국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중국이 택한 길은 ‘연미반소(聯美反蘇)’정책, 즉 미국과 연합하여 소련에 대항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핑퐁외교’에서 시작하여 그 이후 10년 이상을 계속해왔다. 이후 국제정세는 변화를 거듭하여 20세기말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였고, 미국을 대상으로 총체적 경쟁을 벌이던 소련 역시 1991년 해체되었다. 구 소련은 러시아로 변화되었고 한 동안 국제무대에서 더 이상 미국의 경쟁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시도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군사 대국화의 노력을 지속하였다. 1990년대 후반과 21세기에 들어와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국가로 성장하였다. 러시아가 국내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미국은 그 전략의 핵심을 유럽으로 옮겨가 태평양 지역이 일정부분 힘의 공백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미국은 2011년 이후 전략의 중심을 다시금 태평양으로 옮겨오고 있다. 중국의 세력 확장과 미국의 전략축의 이동은 이 지역의 권력구조를 매우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데, “해상협력 - 2012”가 바로 그것이다. 4월 15일 러시아의 태평양 함대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출정식을 가지고 수척의 군함을 출항시켰다. 이 군함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해상훈련을 위해 남쪽의 대한해협을 지나 우리의 서해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그 기간은 4월 22일에서 29일간으로 22일에 서해로 들어와 24일 정식으로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하였다. 여기에 참가한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군함의 수는 이미 20척을 넘어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훈련의 목적이 해적과 테러에 대비한 연합훈련이며, 자신들의 훈련이 인류의 평화와 세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절대로 제3국을 겨냥한 훈련이 아니라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태평양으로의 전략축의 이동이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협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강대국간의 새로운 전략구도의 재편과 모색이 한국의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전개되어가고 있다. 비록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경제적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국, 일본의 삼자 동맹이 북쪽의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동맹과 맞물려 냉전시대적 전략적 대립의 틀로 복귀하고 있다. 한국의 앞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의 세력과시와 대립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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