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어 사회적 책임은 기업본연의 목적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최근의 사회적 추세는 변하고 있다. 기업의 최종 소비자는 일반 국민이고 고객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남양유업(주)가 대리점주들에게 유통기한이 거의 다된 물건을 밀어내기식의 영업을 하고 영업직원의 폭언 등이 대두되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결국 남양유업(주)은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많은 손해를 입었고 기업이미지도 상당히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이것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생긴 한 사례에 불과하다.

최근 평택시에서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사건이 있다. 바로 평택시 장안동의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의 할인분양이다. 코오롱하늘채 아파트는 1,943세대의 대단지로 코오롱건설(주)가 시공자로 건설한 아파트이다. 지난 5월 1일부터 입주가 시작되어 분양받은 세대가 거의 입주가 끝난 아파트이다.

그런데 9월부터 코오롱건설(주)에서 아파트를 대폭할인 분양한다는 것이다. 미분양 된 물량(어림잡아 약 300~350세대)을 분양대금의 약 10% 정도 할인된 금액으로 세일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다. 할인된 금액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람들은 행운을 잡은 것이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분양하고 있는 팀(자칭 본사직영 팀이라는 사람)은 “백화점도 세일하는 데 아파트 미분양 된 물량을 세일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됩니까?” 그러면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발이 설득력이 있는 행동일까? 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선분양제도에 대해 이해를 해보면 쉽게 이 문제에서 누가 책임이 있는 것을 쉽게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주택선분양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그 발생 및 존속원인은 당연히 우리나라 특유의 경제환경과 경제동기에 찾아볼 수 있다(이종의, 2003). 주택선분양제도는 건설회사의 입장에서는 주택을 짓기 전 모델하우스만 건립해놓고 장차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소비자들에게서 분양대금의 80%를 선납 받아 주택을 건설하기 때문에 건설사는 자금조달원가가 저렴하고 건설한 주택이 미분양 되어도 자금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택건설업자가 선분양제도를 선호한다고 해도 미완성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자가 없다면 선분양 제도는 존재할 수 없다. 선분양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완성되지 않은 주택을 그것도 분양가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리 내고자 하는 수요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수요자는 무엇 때문에 완성되지 않은 주택, 2~3년후 에나 입주할 주택에 대하여 건설비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리 선납하는 것일까? 그것은 미래에 주택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주택가치 전망이 긍정적일 때에 주택을 분양받는 것이다. 건설회사가 주택을 처음 분양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주택가치 전망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입주할 때에는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집값이 분명히 많이 상승 할 것이라는 것을 홍보하여 소비자들의 분양을 유도한다.

그동안 선분양제도는 우리나라의 주택분양 제도의 근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선분양제도는 주택수요자의 자금을 동원하여 주택건설업체의 초기투자부담을 완화시켜 줌으로써 주택건설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권 주택금융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선분양제도는 비제도권 자금을 활용하여 주택건설업체의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하여주는 주택금융의 역할로서의 의의가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가 전부 분양될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들의 자금이 들어온다는 가정 하에 자금흐름을 보고 금융기관에서 건설비와 토지대금을 대출받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으로 발전하였다. 이 금융기법도 결국은 분양률에 따라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수요자의 분양이 결정적인 역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선분양제도가 없었다면 건설사들이 과연 2~3년후에나 입주하는 주택을 건설할 수 있었겠나? 하는 물음에 아무도 “예스”라고 답할 건설사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주택건설에 소요되는 택지비용과 건설비용을 자체자금으로 감당할 건설사는 한군데도 없을 것이다.

건설회사가 주택을 완공후에 소비자들에게 분양하는 후분양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완공후에 주택이 분양되지 않으면 건설사는 택지비와 건설비에 금융비용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리스크가 커서 건설사들이 선호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건설사들의 사업리스크는 선분양제도를 이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즉, 주택수요자들이 2~3년 후에나 들어갈 수 있는 주택에 대해 미리 건설사에 분양대금의 80%를 선납함으로써 건설사는 쉽게 주택건설을 할 수 있고 기업의 목적인 이윤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수요자들의 의무는 80% 선납조건이라면 건설사들의 의무는 무엇일까?

첫째, 건설사들은 이러한 주택수요자들의 선분양대금 납부에 대해 주택을 완공하여 약속한 기일에 인도할 의무가 있고, 두 번째는 어느 정도는 주택가격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많은 이득을 보지는 못한다고 하여도 은행이자 정도 이상의 주택가격이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다른 곳에 투자하는 기회비용 정도이다. 이러한 조건은 건설사와 계약을 하지는 않았어도 묵시적으로 서로 인정하는 조건들이다. 수요자와 건설사의 이러한 상호보완적인 이익이 유지될 때 선분양제도가 유지되어 왔고 건설사들도 이를 이용하여 한국의 주택공급 확대에 기여해 왔다.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이 경기가 좋을 경우에는 많은 상승을 기록하겠지만 경기가 나쁘면 분양가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경기하락 등)의 작용으로 아파트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는 조건들이지만 만일 건설사들의 내부적인 통제가능 한 변수의 작용으로 아파트 가치가 하락한다면 이는 수요자들이 용인할 수 없는 행위가 될 것이다.

최근의 평택시 장안동의 코오롱하늘채 아파트는 분양이 거의 70~80%가 이루어진 후에 할인 분양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원가와 어느 정도의 이득을 이미 챙겨서 할인분양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단기적인 시각이 있었겠지만, 이미 정상가에 분양을 받아 입주한 주민들은 주택경기가 나빠 이미 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통제가능 한 변수(할인분양)에 의해서 가격이 인위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두고 볼 수는 없는 지경이다.

코오롱건설(주)는 아파트를 완공할 의무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는 아파트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묵시적으로 수요자에게 약속된 선분양대금 납부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코오롱건설(주)는 수요자들의 선분양대금 납부의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선분양제도가 시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할인분양의 영향은 수요자에게는 선분양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확산될 것이다. 이것은 타 건설사에도 영향을 미쳐서 그동안 건설사들이 애용해왔던 자금조달 수단을 와해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상가로 분양을 받는 수요자들이 손해를 본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선분양제도로 아파트를 분양받겠는가? 그래서 일반적으로 명품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건설사들은 할인분양을 자제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가치를 이윤의 극대화에 둔다고 한다면 소비자들에게서 외면을 받고 더 나아가 기업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생산물과 서비스를 값을 주고 구입했다면 기업도 어느 정도는 그 대가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남양유업(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코오롱건설(주)도 선분양한 아파트 수요자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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