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이나 고희잔치에 가면 으레 잔치를 받으시는 어르신에게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오래 사시기를 기원하는 인사를 한다. 요즘은 회갑잔치는 거의 하지 않지만, 고희(칠순)나 산수(팔순)잔치는 아직까지 하고 있다. 오히려 옛날에는 고희나 산수 잔치는 그리 쉽게 볼 수 없었고 회갑은 그냥 넘기는 일 없이 성대하게 잔치를 치렀다. 그것은 그만큼 당시의 사람의 기대 수명이 짧아서 회갑까지 산다는 것도 그리 흔치 않았던 때문이다. 8.15 광복 당시만 해도 평균수명이 40세 정도였는데, 지금은 81세에 이르렀고 머잖아 100세를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인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가 되면 고령화 사회라 하고 14%가 되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 고령 사회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있으나,  2018년이 되면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이 되면 초 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또 앞으로 2040년이 되면 현재 50세∼60세 세대들은 90세까지, 현재 20∼30세 세대들은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수명이 길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우선 경제사정, 생활환경이 좋아진데다 의술이 발달했고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되어 국민전체가 의료혜택을 고루 받을 수 있게 됨이다. 따라서,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함으로써 그만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지금과 같은 모든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았기에 질병에 대한 면역성도 떨어졌을 뿐 아니라 치료의 기회도 없었고 좀 중한 병이 들면 그냥 앓다가 죽는 수밖에 없었음으로 그 만큼 수명도 짧았던 것이다.

기계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녹도 슬고 여기저기 고장도 난다. 자주 기름도 치고 닦아 주고 낡은 부품도 갈아 주며 사용하면 그래도 오래 사용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쉽게 망가저서 결국 폐기하듯, 사람의 몸도 같은 이치가 아니겠는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 노화가 따르고 수명도 한계가 있지만, 잘 관리하면 100세는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의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당장 우리의 현실을 보아도 건강한 노인층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이 그 증거가 아닌가. 이처럼 옛날에 비해 판이하게 달라진 생활여건의 향상에 따라 100세의 수명을 기대하게 되었지만, 100세 까지 산다는 게 과연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만수무강하여 100세를 누린다면 그 보다 더 축복이 어디 있으랴마는 아무리 의술이 발달했다 해도 난치병은 있게 마련이고 개인의 체질에 따라 와병의 고통 속에 10년, 20년 목숨만 유지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의료보험의 혜택은 받는다 해도 빈곤으로 인해 질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없고 가족들에게 부담만 안겨 주는 처지의 노령인구도 많다. 한편, 노령 인구의 증가로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젊은 인구 층의 세금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월 20만 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공약이 소득 하위 70%선을 대상으로 그것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을 하기로  수정발표를 했다.  또한, 노부모를 봉양하는 자녀들의 효심도 예전과 달라졌다. 자녀들 사이에 노부모 봉양 문제로 갈등이 생기고 결국은 요양시설에 수용되기도 한다. 빈곤과 고독과 불치의 질환으로 인한 노인 자살도 빈번히 일어난다. 이런 현실이 다 만수무강 시대에 드리워진 그늘이거늘, 만수무강을 반겨할 일 만도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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