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히, 개인 사업을 하거나 점포를 세 내어 이런 저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하나 같이 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걱정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상가 밀집지역이나 웬만한 큰 도로가에 점포들 중에는 문을 닫았거나 ‘임대문의’라는 표지를 붙여놓은 데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한편, 새로 개업을 하면서 오색 풍선 아치에 만국기까지 느리고 종일토록 요란하게 음악을 틀어 놓고 아가씨들이 춤을 추며 개업을 알리는 이벤트를 벌이는 것도 자주 본다. 그러나 며칠 또는 1년도 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경우도 흔히 본다. 장사가 잘 되고 안 되고는 경기의 좋고 나쁨에 달려 있다. 전문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으나 상식 수준으로 알기로는 경기란, 경제의 흐름 상태를 말하는 데 그 흐름 여하에 따라 호경기일 때는 장사가 잘 되고 불경기 일 때는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불경기임에는 별 이의가 없을 것 같다.

1960년대의 우리의 1인당 국민 소득은 80불로 세계 최빈국 대열에 끼어 있었는데 지금은 2만 불을 넘겨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으니 한강의 기적이란 소리를 들을 만 했다. 하기야 지금부터 60여 년 전 삶의 수준과 지금의 삶의 수준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지금의 생활수준에서 만족감을 못 느끼기에 그 수준에서 오는 빈곤감에서 못 살겠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에 80불시대로 되돌아가서 보리밥 먹고 냉방 난방도 없는 주택에서 각종 가전제품도 없고 전깃불도 없이 등잔불 켜고 자가용도 없이 걸어 다니며 산다면 어떨 것인가? 아마도 생지옥이 따로 없을 게다. 한 번 향상된 삶은 더 높아질 수는 있을지언정 낮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 고사에 창업수성(創業守城)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시작해서 이룩했으면 이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 동안 선진 복지국가로 알려졌던 유럽 여러 나라들 중 몇 나라는 파탄 지경에 있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맞아야 경제 순환이 되고 따라서 경기가 좋아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기는 한 곳에 못을 박아 놓은 것이 아니라 상황 따라 변하는 것이기에 당장은 불경기라도 언젠가는 호경기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기다리며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불황에 들면 경제는 침체되고 당장 민생의 문제가 심각해진다.

요즘 살기가 어렵다고 비명을 내면서도 인천공항의 출국자가 이번 여름에 700만이 넘었다는 기록적인 발표가 나왔다. 외국 유명 브랜드의 각종 고가 제품들은 여전히 그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절약하고 절제하는 게 순리이거늘 그 반대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닌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가난을 겪었던 사람에게는 가난의 고통을 알기에 내핍과 절약이 몸에 젖어 있지만, 가난의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80불 시대를 살았던 세대와 2만 불 시대에 태어나 사는 세대들과 전혀 생활관이 다르다. 아마도 신세대들은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하면 도로 올챙이가 된다고 할 것이다. 지난날 전력이 태부족이라 등화도 시간제한을 해서 낮에는 물론, 밤 10시면 모두 단전이 되었다. 그나마도 농촌 지역에는 전기조차 없어 등잔불을 켜고 살았다. 그 동안 전력이 남아돈다고 큰소리치며 북한에 까지 송전을 하겠다고 했던 때가 엊그제인데 올 여름에는 전력 부족으로 또다시 전절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   나라의 정책이나 개인의 삶에서나 ‘창업수성’,되새겨 봐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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