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날씨는 예전 같지 않게 계절의 특성을 분명하게 분간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봄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가버리고 일찍 찾아온 여름 또한 제철도 아니게 장마가 일찍 시작되어 8월이 되도록 가지 않고 좁은 국토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길게 이어졌다

. 기상청 발표로는 기상관측사상 처음으로 기록되는 46일간의 장마라고 한다. 따라서 비로 인한 피해도, 폭염의 피해도 기록적이라 한다. 입추는 이미 지났고, 이제 며칠 지나면 처서를 맞이하는데 장마이후에도 폭염은 떠날 줄 모르고 연일 주야로 사람들을 괴롭힌다.

지난날 넉넉지 못하게 살던 시절에는 겨울나기 보다는 여름나기가 더 나았다. 그 이유는 겨울은 실내 난방과 의복이 부실해서였다. 그에 비하면 여름철은 그 문제에 그다지 걱정할 게 없었다.  단지 덥고 물것이 많은 게 문제였는데 옛날 집들은 요즘 집 구조와 달리 문만 열어 놓으면 자연 바람이 잘 통했고 특히, 대청마루는 그 자체가 선풍기나 다름없이 시원한 바람을 불러들였다.
 
또 웬만한 공지에는 정자나무가 있어서 그 나무 그늘 또한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컨 역할을 해주었다. 밤 잠자리에 모기장 하나 있으면 대청마루에 치고 모기에 공격도 막아가며 시원하게 잘 수 있었고 아니면 시원한 마당 평상에서 모깃불 피워 놓고 밤하늘의 별빛 보며 벌레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취하는 것도 여름밤의 낭만이었다.

의복 또한 반팔의 셔츠와 반바지 정도면 거뜬히 여름을 났다.  요즘은 더 짧은 ¼·⅛정도의 초 미니의 반바지도 입지만…, 또 냇가에서 멱 감고 우물가에서 시원하게 등목을 하는 것도 더위를 식히는데 한 몫을 했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나았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에 비해 잘 살게 되다 보니 냉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계절 기온 변화에 구애 없이 활동하며 사는 시대가 되었으니 선진화된 사회에서 풍요롭게 살게 된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나 올 여름 같은 폭염 속에 바깥에서 강렬한 햇볕을 견디기란 항우장사라도 역부족일 게다. 실내에서도 냉방기구의 가동 없이 보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앞으로 매년 이런 폭염의 여름이 된다면 어떻게 살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온대성 기후로서 봄·여름· 을·겨울 일 년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였는데, 근래에 와서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제철을 잃어버린 양, 제 모습이 아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상 도처에서 이런 이상 기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에서 오는 원인이라 한다. 그 온난화의 원인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를 들고 있다. 온실가스란, 자동차나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가 연소하여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와  질소화합물들이다. 이들이 지구표면을 덮어 태양의 복사열을 흡수 하여 지구를 온실화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들이 산업화 하면서 오는 결과이며 산업 발달로 인간의 삶은 풍요롭고 편리하고 안락하게 살게 되었지만, 온실가스의 과량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결국 지구의 기후변화를 가져와 오히려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여름, 이 땅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게 않은가를 염려하게 된다.
 
인간의 두뇌를 어디까지 개발하고 자연의 비밀을, 자연자원을 어디까지 찾아내서 물질문명을 발전시킬 것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 자연에 순응하는 법도 함께 따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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