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철학은 만학의 여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더 이상 철학을 만학의 여왕으로 부르지 않는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다른 학문이 철학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철학은 옛 철학자들이 이뤄놓은 업적을 탐구하거나 그들의 업적에서 오류를 발견해 수정 또는 발전시키는 등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현대 사회에서 철학의 이미지는 유럽 중세 시대부터 내려온 사변철학(경험에 의하지 않고 순수 논리적 사고만으로 현실 또는 사물을 인식하려는 철학)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러나 사실 철학은 사람과 사람 사이, 나아가 사람이 속한 공동체 속에서 다뤄지는 실용적인 학문으로, 몇몇 철학자들은 철학의 실용적인 면을 되살리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해 철학의 유용성을 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 서양철학의 발생지라고 알려진 그리스에서는 철학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토론과 비판을 주고받으며, 진리를 찾아가는 활동으로 인식했지만, 현재에 이르러 대학 교육에서는 철학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논리적이며, 건전한 토론 및 비판과 같은 생생한 가르침보다는 지식만을 소중하게 여기려는 성향이 매우 강해졌다.

우리 삶에서 논리적 비판과 건설적인 토론이 점차 줄어드는 까닭도 이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대학에서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에서 시민을 위해 운영하는 시민인문교양대학이나 각 지역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인문 교양 프로그램 등이 대신하고 있는 추세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참가 인원도 그리 많지 않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앞으로는 이처럼 시민을 위한 인문 교양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돼, 철학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학문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철학을 통해 정부 정책이나 시정을 주제로 한 건전한 토론과 비판 문화가 자리를 잡아 보다 건전하고 나은 사회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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