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았다.

도시를 벗어난 산천은 초록으로 뒤덮여 지금 나는 시원함으로 풍덩 들어가고 있다.

티맵에 공주 공산성과 풀꽃문학관을 입력하고 출발하려니, 장거리 운전에 초행이라 겁이 잠깐 든다.

그러하나 집에서 타온 커피와 자동차의 라디오 음악, 티맵이 든든히 힘을 합하였으니 즐거운 출발이다. 

공주 가는 길 도로는 한산하고 푸르른 산과 들만 보인다.

그 사이로 보라꽃이 만발한 오동나무가 보이니 오늘 있는 것들은 다 내것이다.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티맵을 들으려면 거리 감각이 있어야 한다.

320미터 후 좌회전 우회전 알림을 알아듣고 행동해야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는 땀이 배이고 자유와 스릴을 동시에 느끼는 나는 운전자다. 

나의 인생에도 이런 티맵 같은 안내자가 있었을까, 스스로 안내하고 스스로 방향과 거리를 정하고 재느라 세월을 낭비하는 일이 많았다.

공산성에는 외국 사람도 많았다.

백제 역사 유적지로 세계문화유적에 등재된 성이다.

성벽을 따라 오르면,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청룡 백호와 주작과 현무 깃발들이 펄럭이고 아래로는 금강 줄기가 흐른다.

궁터와 연못을 지나치며 수천년 전의 백제 인물과 이야기가 걸어와 이 성에 닿았음을 느낀다.

풀꽃문학관은 산 아래 있었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개조하여 지었는데 아담한 목조건물과 손바닥만한 창문들이 모여 있어, 한 권의 시집같은 건물이었다.

‘풀꽃’의 나태주 시인이 문학지망생, 관람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돌 비탈길을 따라 들어간 문학관 마당에는 풀꽃들이 지천이다.

은방울꽃, 작약, 패랭이꽃, 붓꽃, 봄까치꽃! 글 잘쓰고 마음도 예쁘게 쓰는 친구가 생각난다.

그녀의 손편지는 풀의 꽃처럼 빛이 난다.

내게 ‘봄까치꽃’이라는 풀을 자세히 알려준 고마운 친구이다. 

여행지에서 삼일 밤낮을 머물렀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지만, 현실로 돌아와야할 길이 있다. 

집에 돌아와 방청소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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