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로 시작된 오월 첫 주 황금휴일을 맞아 제천으로 1박 여행을 떠났다.

허물없는 오랜 우정의 세 친구와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었다.

한 친구는 자영업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다른 친구는 간호사가 천직인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며, 살아가는 날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공유하는 다정한 벗이다.

부와 가난을 가리거나 나누지 않고 오직 어린 시절 순수함 그대로 서로를 토닥이는 어른이 된 우리가 너무 대견하다. 

여장을 풀고 리조트 언덕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인공호수를 지나 소나무와 산벚꽃을 비롯한 큰 나무들과 작은 야생화와 각종 수종들이 어울려 초록빛 향기 신선하기 그지없다.

새들은 나무 사이에서 그들의 언어로 노래하고 바람은 살랑이고 햇살은 부드럽게 비친다. 

노동을 벗어나 여유를 가지는 일은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펜데믹을 지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겪지 못한 힘겹고 무서운 희망제로의 시간이었다.

감사한 생각을 망각했던 자연의 일들과 누군가가 베푼 은혜가 그러하다.

이후로도 나는 겸손하게 살 것임을 스스로 맹세한다. 

어디를 가나 비어있던 곳에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웃고 있고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이든 부모와 함께 다닌다.

행복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이 자유로움에 마음 부푼다.

아들이 두 번째 피아노 연주 영상을 보내왔다.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no.1을 아름답게 완곡 하는 모습을 차분히 감상하며 여행지의 밤을 적신다.

선율 속 오늘 보았던 저녁의 새소리와 우리가 앉아 발을 굴리며 타던 그네소리, 금낭화꽃 바람에 잘랑대던 소리와 나즉한 말소리가 혼성을 이루는 하모니를 생각하니 이 평화의 조요로운 존속을 영원히 기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사에는 안정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성공에 들뜨거나 역경에 지나치게 의기소침하지 마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가난하면 가난한데로 나는 부자이지 싶다.

기분에 따라 가난하게 사는 것에 조금 실망한적 있었으나 세상사 이치를 조금씩 깨달아가면서 ‘마음의 부자’가 무엇인지 늘 잊지 않는다.

꿈꾸는  데로 이루어지지 아니해도 나의 세끼는 배부르고 조금도 조급해할 부족함이 없다.

법정스님은 ‘온 힘을 다해 현재를 살아라’라고 하셨다. “모란처럼 뚝뚝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산뜻한 낙화인가”, 그 귀한 휴식의 베게에 머리 누이며 고요한 나만의 시계에서 안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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