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돌아 한층 깊은 땅 작은 공원에 서 있다. 오래전에 누군가 흰 목단을 심었나보다. 

꽃나무 세 그루에서 크고 흰 꽃봉우리들이 뭉게 뭉게 향기까지 피어오른다.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이 목단을 보고 있다. 

오월에 피는 목단이 사월 중순에 막 피어 버렸다. 기온이 오름 차이로 꽃들은 더 바삐 피어야한다. 

한참을 꽃 곁에 있는데 그 아래 풀 속에 고양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갈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 털을 가졌는데 꽃 아래 양지쪽으로 머리를 몸 속에 잔뜩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있다.

나의 기척으로 고양이를 깨우려고 이름을 불렀지만 눈을 뜨지 못한다.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오르락 내리락 숨을 쉬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배는 홀쭉하니 앙상하다. 고양이의 가느다란 털이 가끔씩 일어나 흔들릴 뿐이다. 

목단꽃 그늘 아래 잠든 고양이라니! 나는 그를 흔들어 깨우고 싶지 않았다.

어느날 한 때, 의젓한 고양이로 태어났다가 들로 골목길로 쏘다녔을 것이다.

자유와 의지에 지칠 때, 먹을 것을 찾을 이유가 더 없어졌는지 그냥 웅크리고 그 자세로 영원히 잠들고 싶은 것 같았다.  

나는 개 보다도 고양이가 좋다. 작은 호랑이에서 오는, 대상에게는 무심하고 스스로에게 의젓함이 그 이유이다.

지금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생과 사의 대조를 한곳에서 보았다.

상징같은 그림이다. 빛과 그늘, 피어남과 여위는 것, 찬란함과 슬픔을! 바람만이 그 모든 것을 어루만진다.

봄볕으로 바람이 부니 꽃잎이 나부낄 때 고양이 털도 무정하게 나부낀다.  

 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모란 동백’이란 노래가 있다.

이제하가 시를 쓰고 이제하가 곡을 붙여 만든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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