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한번은 아파트를 따라 구불구불 산책로를 걷는다.

일정한 길이가 한마디처럼 끝나는 부분과 닿으면 하늘을 찌르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기둥에 등치기를 하며 뭉친 근육을 푼다.

언니와 둘이 걷는데 걷는 보폭과 보행속도가 잘 맞아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며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이다.

얼마 전 아파트 담장과 오솔길 가장자리와 통복천 주변은 만개한 벚꽃으로 가슴이 터지기 직전으로 황홀한 풍경이었다.

희고 연한 분홍빛 환한 꽃물결에 날아가는 기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풍광으로 최고 행복을 준다.

새들은 한창 분주하고 먼저 진 꽃들은 초록을 밀고 나온다.

새순을 만지니 보드랍고 야들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밤안개’를 부른 가수 현미의 별세 소식을 듣는다. 뒤늦게 그의 궤적을 알게 되면서 85세 고령이기도 하지만 혼자 독거사 했다는 점에 주목을 한다.

세상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높고 낮음 없이 동등한 조건을 가진다.

건강하게 죽음전날도 무대에서 활동한 그녀였기에 갑작스런 죽음이 당황스럽다고 한다.

간헐적으로 살아온 삶에 대해 알고 있고, 40년 넘게 독거로 산 그녀의 생을 보면서 이런 외로운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님을 직감한다.

아무리 혼자 가는 생이라지만 허무하고 쓸쓸한 생각 지울 수 없다.

타인의 삶을 반추하며 나를 이끈다.

삼일 전 걸었을 때 황매화는 진노랑 꽃보다 잎이 진해지고 수북해졌다.

박태기는 진분홍 꽃이 바래 봄과 이별 준비를 한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과 경쟁하지 않고 가볍게 이별하는 꽃 인사에 숙연하다.

사흘 내린 봄비에 다 떠나간 꽃잎이 환청으로 보이는 까닭도 이기적 연민으로 오는 것이다.

다시 오솔길을 걷는다.

배경색이 변한 풍경은 변화하면서 무쌍無雙하다.

어느 무엇도 그것과 견준다는 것은 어리석고 우둔한 일이다. 

<겨울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봄이 순서를 건너뛰는 법도 결코 없다.> -할 블란드

누구나 나이의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자연도 하나의 연속이 아닌 가고 오고하는 무한한 순서가 있을 뿐이다.

꽃이 다 지고 눈물이 핑 돌 것 같이 마음이 허무했는데 다시 진리를 생각하니 초연해진다.

언제 완전한 성숙이 철들지 않는 괴로움을 이길까 하는 생각도 아상我相이 아닐 수 없다.

보이는 속도로 봄과 완연해지자.

오솔길에서 밝아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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