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숲 아래로 펼쳐진 수선화 물결이다.

저 노란빛의 눈들이 햇살과 바람에 흔들린다.

서산 유기방가옥 고택 주변, 뜰과 산에 뿌려진 수선화 동산에서 꽃향기 맡으며 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오래전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러시아의 들녘에 무더기로 피는 수선화 영상이 ‘라라의 테마’ 음악과 함께 잊혀지지 않는다. 

코로나에 묶였다가 살아나 사람들은 마스크를 잊었다.

봄 햇살 아래 꽃들과 함께 피어남이 잠시의 행복인 것처럼 보였다.

늙어진 부모님 손을 잡고 걷거나,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아기들을 데리고 사람들은 꽃처럼 웃고 있다. 

가옥 대청마루에 올라가 걸려 있는 그림을 보았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하늘의 별자리들과 천문도 이름을 세밀하게 그려 놓은 것이다.

마치 하늘 밖에서 하늘 안의 별을 관찰하며 그린 것처럼 인간의 초월적 능력이 놀랍기만 하였다.

김정호의 우리나라 대동여지도를 처음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감탄 이상의 신의 존재가 엿보였다. 

  꽃물결 사이로 노래가 귓가에 흐른다. 심장병어린이돕기 모금함을 사이에 두고, 기타 음률에 가수 ‘수와 진’이 둘이 아닌 혼자서 ‘새벽 아침’을 부른다. 

이렇게 봄날은 간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맹세”들을 뒤로하고 봄날은 간다. 

수선화 정원 입구에는 서산시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공예품이 전시되어 구경하느라 돋는 즐거움이 더했다. 

팥이 한 봉지에 만원이라는데, 팥알이 하나하나 통통하니 일그러짐 없는 자주빛 알들이다.

봉투에 정성껏 담겨있어 만원을 주고 샀는데, 잠시 옆자리 표고버섯에 한눈이 팔렸는지, 돈만 지불하고 팥은 놓은 채 수선화 동산을 떠나왔다.

집에 도착전에 생각이 났으니! 다행이 영수증이 있어 전화통화로 두고 온 팥을 확인하고 주인에게 택배를 부탁하였다. 

환한 봄날, 보고 듣고 향기 맡은 나의 하루에 고마움이 일렁인다.  

아무리 말해도 더 이야기하고 싶은, 살아 있는 동안 꽃과 음악 그리고 별을 노래하는 사월은 지치지를 않는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