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베이징은 매년 3월이 되면 경비도 삼엄해지고 긴장감이 맴돈다.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들은 소지품 검사가 강화되어 짜증이 나지만 그래도 묵묵히 지시에 따라 자신의 가방이나 소지품을 검사대에 올려 놓는다. 

천안문 광장에 있는 인민대회당 주변으로 사복과 정복을 입은 공안(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주변을 살피고 있다. 그 이유는 매년 3월에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가 이곳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인민대회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전국인민대표대회의 대의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그 내부에서는 등소평이 정해놓은 연임 규정을 깨뜨리고 3연임을 확정짓는 시진핑과 새롭게 선출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수천명의 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를 합쳐서 양회(兩會)라고 하고 올해에는 3월 4일에 개최되어 약 열흘간의 회의를 마치고 새로운 시진핑 제3기의 서막을 알렸다. 작년 10월에 개최된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이미 시진핑의 연임이 확정되었다. 이번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국가 최고의 기구이지만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 

이번 회의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시진핑의 연임으로 인한 중국 권력지형의 변화이다. 원래 등소평은 개인이 권력을 장기간 집권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점을 모택동을 통해 충분히 인지하였다. 그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5년씩 2번, 10년만 할 수 있도록 관례를 만들었다. 그래서 강택민, 호금도 모두 10년씩만 하였고 공산당 내부에서 파벌이 있어 균형을 잡도록 하였다.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크게 3개의 파벌, 즉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이 서로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그 전통을 깨뜨리고 모두 시진핑의 측근들로 채워넣었다. 이제 30년 이상 유지되던 권력의 균형이 깨지고 시진핑 1인체제가 완벽하게 구축되었다. 

시진핑 1인체제의 권력독점은 향후 중국 국내정치와 대외정책에 있어서 커다란 시험에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공산당 내 권력균형이 깨지면서 시진핑에 대항할 세력이 없어져 독단적 결정이 가능해졌고 잘못된 정책이 만들어지거나 집행될 경우 국내 및 대외정책이 파국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이미 2기를 시작하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국 GDP의 75%까지 중국이 추격하자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면서 미중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시진핑도 강경한 정책으로 미국에 맞서기 시작했고 양국의 긴장관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이후 등장한 바이든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중국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동맹국들을 동원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게 반도체 기술이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 

미중간의 대립은 세계 전체의 정치경제 구조를 흔들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대중수출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수출이 막히면서 경제적 충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미중간의 대립이 심화되면 한국은 점차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지도 모른다. 미중은 내수를 중심으로 무역의존도가 낮지만 한국은 약 70%의 무역의존도를 가지고 있어 그 충격이 매우 클 수 있다. 

시진핑의 내부 권력의 독점과 강경한 대외정책의 지속, 그리고 주변 국가들에 대한 강압적 태도와 정책은 중국 국내에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그 지도력에 대한 시험이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권력 지속의 가능은 중국 경제의 성장에 달려있다. 만약 중국 경제가 침체 되거나 악화될 경우 급속도로 그의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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