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 태백산 문수봉, 장군봉, 천제단과 함백산 정상에서 찍은 남동생 모습을 보며 아찔했던 그날의 사고가 떠오른다.

가지마다 소복 쌓인 눈길 사이 깊은 절망 밟으며 한 발자국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올라선 정봉에서 얼마나 슬피 울고 웃었을지 느껴진다.

운무 속 바라다본 세상 앞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며 겸손한 사나이로 돌아온 선하고 맑은 무욕의 눈동자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위록을 실감한다.

실수와 불운이 겹쳐 일어난 일이겠지만 비탈진 언덕에 발을 헛디디어 순간에 일어난 낙상 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큰 수술과 재활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병원 규정상 병실 면회도 불가하여 홀로 통증과 단절과 사투하며 얻은 아름답고 눈부신 햇살의 시간, 생일과 여자 친구 첫 인사가 있는 날이다.

나이든 누나와 매형들에게 축하와 위로의 덕담 받으며 감격에 벅찬 동생을 보며 사람이 사람 속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일처럼 다정하고 소중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모여 모처럼 즐거워서 웃었다.

겨울을 보내면서 겨울나기가 점점 버거워진다.

낡음의 징후로 병원 다니는 일이 일상인 힘없는 노인, 생각지 못한 부고, 중환자실 콧줄 식사로 하루하루 넘기는 연명, 가난을 견디기 힘들어 선택한 소외 계층의 외로운 주검, 건물 붕괴와 산불로 무너진 모든 생의 사는 일들은 소리 없는 슬픔의 적막이다. 

얼음이 풀리고 바람도 부드러워졌다. 고요한 침묵을 깨는 새들의 노래 차오른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가 있나

<사철가>는 인생 이야기를 노래한다. ‘생로병사’ 모든 생명 있는 존재는 이 네 가지의 물음이자 존재의 이유다.

그리 모든 것에 덧없다 단정할 일도 아니다.

이산 저산에 다시 꽃이 핀다고 하지 않는가, 자연현상 안 무궁하고 무상한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드리면 무엇이든 함부로 선택하지는 않겠다.

아무것도 어려울 것이 없는 하난지유何蘭芝有의 마음으로 생의 생존기 확장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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