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6일부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새로운 규정이 추가됐다.

앞으로 정치인의 현수막이 정당의 정치적 현안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마구잡이로 설치해도 불법 현수막이 아니란 것이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시민들은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운용하고 있는 게시대에 소정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인의 현수막은 아무 곳에나 설치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법 조항이 신설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정당(정치인)에서 합법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려면 ▲정당명 ▲정당 연락처 ▲설치업체 연락처 ▲표시 기간을 명시하고 15일 이내로 철거해야 하는 등 기준을 마련해 놓았다. 그럼에도 까다롭지 않은 해당 규정 탓에 기준만 준수하면 현수막을 무제한으로 게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당의 기준이 경비를 지급받는 정당 자체 또는 당대표, 지역위원장,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설치하지 않으면 모두 불법이라는 것인데, 지방도·시의원 및 조합장, 교육감 등과 같은 선거 후보자들은 지정게시대 외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국회의원과 같은 정당의 고위직 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특권이 또 하나 부여된 셈이다.

도시미관을 해하며, 무분별하게 설치된 현수막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지자체에서는 세금을 들여 지정 게시대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이용을 독려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이 와중에 정치인 자신 또는 정당은 자신들의 홍보만을 위해서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며, 적어도 시민을 위한다면, 지정 게시대 이용을 독려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시민이든 전염병 예방 등과 같은 공익적 차원에서 설치된 현수막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에서 마련한 지정 게시대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치적 주장을 담은 무분별한 홍보성 현수막보다 도시미관과 시민을 위한 안전한 거리 조성이 먼저여야 한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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