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개국 초기 한양 도시설계의 주역

 - 성리학적 사상에 입각해 조선 건국을 일군‘일등공신’

조선은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건국한 나라로 1392년부터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1910년까지 519년 동안 총 27명의 임금이 다스린 우리나라의 역사이다.

지난 16일, 필자는 평택시 진위면 은산길 58-4에 위치한 삼봉기념관을 방문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을 기준으로 방명록에는 춘천·오산·광주·서울·용인·이천·화성 등 전국 각지에서 평일인데도 불구,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다.

필자는 이날 “임금은 나라에 의존하고 나라는 백성에 의존하는 것이니, 백성이란 나라의 근본이고 임금의 하늘”이라는 어록을 남긴 문헌공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선생의 발자취가 담긴 ‘삼봉기념관’에 방문해 그 곳과 선생에 대해 알아봤다.

● 삼봉 정도전의 생애 초기와 업적   

 
 

 호는 삼봉(三峯), 시호는 문헌(文憲)인 정도전 선생은 1342년 10월 6일, 향리(고려·조선 시대에 지방 행정실무를 담당하였던 최하위 관리) 집안에서 태어났다.

1351년 11세가 되던 해에는 경상북도 영주의 유명한 선비인 최림의 문하에서 기초학문을 배웠다. 역사학자들은 이때 최림에게 시(詩)를 배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350년대 부친인 정운경(鄭云敬)이 중앙 관료로 벼슬길에 오르자 정도전은 개경의 이제현 문하에서 수학하게 된다.

이후에는 이색과 교류하면서 이색의 문하에서 정몽주, 이승인, 하륜 등의 유학자들과 함께 유학을 공부했다.

1360년 고려 공민왕(9년) 시기에는 성균시(成均試)에, 1362년 고려문과인 임인방(壬寅榜)에 동진사(同進士, 고려 및 조선 초기 문과 급제자의 등급) 선발인원 33명 중 22등이자 12위로 급제했다.

그러나 고려의 공민왕이 시해된 후, 귀양을 떠나는 등 짧은 관직 생활과 함께 낙향했다. 

시간이 꽤 지난 훗날 조선 건국 직전과 이후의 정도전은 이성계의 신뢰를 받아 조선이 세워지는 거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한양 도시설계의 주역으로서 조선 건국의 기틀과 조선 초기 기반을 다지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정도전 선생은 새로운 왕조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편민사목(백성을 편하게 하는 일들이라는 뜻)’을 지어 발표하는 등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하며, 군사·외교·행정·교육을 아우르러 모든 것을 정비해 나갔다. 

그러나 1398년, 이방원이 일으킨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최상용 정치학박사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중 가장 높이 평가받는 인물로 삼봉 정도전 선생을 꼽으며, “냉혹한 권력투쟁 과정에서도 확고한 정치철학과 이념을 가지고 권력의 제도화를 통해 새로운 정치공동체인 조선왕조를 건설한 위대한 정치가”라고 평했다.

 
● 경기도유형문화재 삼봉집목판과 삼봉기념관

삼봉기념관은 고려 말, 조선 초기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으로, 지난 2014년 11월, 국비를 포함한 총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가운데 148.7㎡(약 45평) 규모의 전통한옥 건물로 개관했다.

이 곳 기념관에는 삼봉집(三峯集)·정도전 선생의 저서 등 10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삼봉집목판(三峰集木版, 고려 말 조선 초의 성리학자이자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의 시문 및 저술을 모은 ‘삼봉집’의 목판)이 있다.

삼봉집목판(三峰集木版)은 1791년(정조 15)에 경상감영에서 삼봉집을 인쇄하기 위해 제작한 목판으로, 14권 228판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각(板刻, 나뭇조각에 글씨나 그림을 새김)된 후에는 대구에 위치한 용연사(龍淵寺, 비슬산에 있는 절)에 보관됐다가 정도전의 18대손 정종인(鄭鍾寅)이 평택으로 옮겨놓았다.

특히, 해당 목판의 새겨진 글자가 정교하기 때문에 인쇄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으며, 삼봉 정도전 선생의 정치·경제·철학 사상이 총망라된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념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지난 1994년 10월, 권오창 화백에 의해 제작된 삼봉 정도전 선생의 영정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해당 영정은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정도전 선생의 표준 영정으로(제54호) 지정된 것이다.

● 삼봉 문학관과 교육관 그리고 문헌사(文憲祠)

 
 
 
 
 
 

삼봉기념관 오른쪽에는 삼봉문학관이 있다. 그 밑에는 삼봉교육관이 자리하고 있다.

문학관에는 삼봉 정도전 선생의 생평이 시작부터 끝까지 기록돼 있었으며, 그의 정치적 사상을 정리한 글과 함께 체험 공간이 한편에 마련돼 있다. 

문학관 바로 밑에 위치한 삼봉교육관은 문화관광해설사의 문화관광 해설서비스 등 문화유산 및 관광명소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운영 중에 있다.

삼봉교육관과 삼봉문학관·삼봉기념관을 우측에 둔 채 좌측 꼭대기에는 문헌사(文憲祠)라는 현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정도전 선생을 기리기 위한 사당으로, 1986년 3월 5일 평택시로부터 향토문화재 제2호로 지정됐다.

사당인 문헌사(文憲祠)는 정면 3간, 측면 2간의 맞배지붕(지붕의 완각이 잘려진 가장 간단한 지붕형식)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문헌사의 외삼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면 유종공종((儒宗功宗, 유학과 공이 으뜸이라는 뜻)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현판이 중앙에 걸려 있고, 사당 내부에는 정도전 선생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돼 있다.

● 삼봉기념관을 다녀오며

비록, 시작은 평안신문 독자들에게 삼봉기념관과 정도전 선생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방문한 것이지만, 필자에게도 조선이라는 가깝고도 먼 우리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

기념관만 있는 여느 곳과는 달리, 역사적 배움의 가치가 있는 문학관과 교육관, 사당이 한 곳에 조성돼 1타 4피의 효율이 있어, 평안신문 독자들에게 방문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평안신문 독자들이 자신만의 성공적인 인생 설계를 꼭 이뤄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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