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나는 비마중을 나간다.
검정색 넓은 우산 쓰고 베이지색 장화를 신고 집을 나간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땅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즐겁다.
어느 물웅덩이를 보면 장화를 신은 채 들어가 첨벙첨벙 논다.
이렇게 사방에 주룩주룩 내리는 많은 물이 좋은 것이다.
비가 오면 아프다.
어깨와 등이 불편하고 내리기 전부터 몸이 나른하니 처진다.
지난 겨울은 길고 추웠다. 일만 하였다.
집 청소도 요리도 미루고 일만 하였다.
돈을 쓰는 일도 귀찮을 지경이었다.
비가 오니 오랜 친구를 부를 수 있다.
지난 가을부터의 안부를 묻는 도란도란 이야기와 공감에 만남이 평화로운 시간이다.
오늘은 우산을 들었으니, 시장까지 다녀왔다.
두루두루 도는 시장에는 세상 만물이 다 있다.
시장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부터 꽃과 반찬가게 떡집 생선 채소 주방기구 옷시장을 돌며 활기를 받는다.
싱싱한 굴을 사와 굴전을 준비한다.
굴을 다듬어 여러번 씻어 채반에 담아 물기를 뺀다.
계란을 풀고, 밀가루 조금 큰 접시에 담는다.
굴을 하나하나 밀가루에 묻치고 계란을 입힌다.
팬에 올리브 기름을 두르고 굴전을 부친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 전을 부치니, 집을 나갔던 식구들이 들어온다.
가족과 식탁에서 또 하루가 머문다.
밖을 보니 내리는 비는 가는 비다.
저 비 끝에 수선화 꽃 빛이 곧 묻어 들어올 것 같다.
최희정(와온) 평택시 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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