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의 교리는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교리 중 하나다. “성부 성자 성령의 독립된 인격을 가지신 삼위(三位) 하나님이 본질상 하나이시라”는 것이다. 조직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또 연관된 교과목으로 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던 필자로서도 삼위일체 교리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원래 유대인들은 유일신 여호와 하나님을 섬겼다. 유대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쉐마’를 교육받았다. “이스라엘아 들으라(쉐마 이스라엘)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신 6:4). 십계명 중 첫째 계명이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는 것이다(출 20:3).

예수님의 제자들도 유대인들이었다. 그들 또한 이런 유일신 하나님에 대해서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고 자랐고 동일한 신앙고백을 했을 터이다. 그런데 예수를 따르고 나서부터 그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예수께서 선지자들이 예언했던 그 구원자 메시아라는 확신 때문에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를 하나님과 동등한 신적인 존재라고까지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의 메시지와 행하시는 기적들을 목격하면서 언뜻 언뜻 예수님에게서 절대자를 대하는 경외감을 느끼고 무척 혼란스러워 한다. “그들이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 하였더라”(막 4:41). 도대체 이 예수가 누군가?

예수께서 직접 자신이 신적인 존재임을 밝히셨다. “내가 그들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또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요 10:28, 30). 하늘의 전능자와 동등한 존재임을 밝힌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유대인들의 반응은 이것이었다. “유대인들이 다시 돌을 들어 치려 하거늘”(요 10:31). 그들은 한낱 인간이 하나님과 자신을 동등시 여기는 신성모독죄를 범했다고 현장에서 돌로 쳐 죽이려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주장을 철회하지 않으셨다. 예수께서는 또한 여호와의 영, 혹은 여호와의 신으로 불리는 성령께서도 동등한 신격이 있는 존재임을 가르치셨다. 

이후 제자들은 예수님을 단순히 위대한 인류의 스승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임을 고백하게 된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다(마 16:16). 예수의 제자 도마는 더 직접적으로 예수님을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한다(요 20:28). 

이들은 이미 경험적이고 실체적으로 예수님을 하늘의 하나님과 동등하시고 함께 하나이신 분으로 고백한 것이다. 예수님의 승천 이후 교회가 세워졌을 때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들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로마제국의 황제들로부터도 엄청난 박해를 받고 순교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이 삼위로 하나이신 하나님 외에는 다른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유대인들로부터는 “단일신으로서의 여호와 하나님”이 아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세 위격으로 하나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반면에 로마제국으로부터는 이 삼위로 하나이신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그만큼 삼위일체 신앙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교리인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하나님의 존재방식인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한다. 비록 그것을 우리의 머리로 다 이해할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삼위일체 신앙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게 한다. 부분집합이 전체집합을 포괄하지 못하듯, “유한은 무한을 파악할 수 없다”(finitum non possit capere infinitum)는 진리를 다시 되새겨 본다.  교회는 지금도 “성부 성자 성령으로 하나이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또 목사는 예배 마칠 때 축도를 한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고후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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