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시대에 많은 사상가와 철학가들이 등장하였고 또 사라져갔다. 그 중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유가, 도가, 법가, 묵가 등이다. 한비자는 한(韓)나라의 공자 중에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한비자가 남긴 글은 약 10만자가 넘고 모두 20권으로 되어 있으며 55편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사상은 크게 노자의 ‘도’와 순자의 ‘예의질서’, 상앙의 ‘법’, 신도의 ‘세’, 신불해의 ‘술’에 근거해서 완성되었다고 알려진다. 

원래 진시황을 돕던 이사(李斯)와 함께 동문수학하였으나 이사는 자신이 한비자보다 못한 것을 알고 결국 시기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한비자는 한나라의 왕에게 부국강병을 위한 계책을 올렸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청렴하고 올바른 신하들이 교언영색을 일삼는 무리들 때문에 국가에서 쓰임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치국과 처세를 위한 글들을 지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의 글이 진나라까지 읽히기 시작했고 진나라 왕은 한비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진나라는 한비자를 얻기 위해 한나라를 공격하였고 이에 놀란 한나라 왕은 그를 사신으로 보냈다. 그가 진나라에 도착하자 이사는 이를 질투하여 진나라 왕에게 “한비자는 한나라에 충성하지 진나라에는 화가 될 것이므로 제거해야 한다고 간언했다” 결국 한비자는 자신의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친구의 함정에 빠져 죽임을 당했다. 

비록 그가 죽었으나 그의 글과 사상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내려오고 있다. 그가 쓴 글 중에 ‘세난(說難)’편이 유독 눈길을 끈다. 세난이란 한마디로 해석하면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라는 뜻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군주에게 허물이 있을 때 신하가 그 잘못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면 그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군주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게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막으려 든다면 그 또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예를 들어 말한 것이다. 

어떤 나라에 부자가 있었는데 그 집의 담이 무너졌다. 그의 아들이 담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침 그 이웃집 사람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다가 실제로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가자 그 부자는 자신의 아들은 똑똑하다고 칭찬하면서 옆집 주인은 의심스럽게 생각했다. 

한비자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사람을 설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라고 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 한비자는 신뢰는 상대방의 장점을 높게 평가하고 단점을 덮어주는데서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지혜롭거나 뛰어나다고 생각할 때 그 잘못을 지적해서는 안되고 자신이 용감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다가 반대 의견을 내세우면 안된다고 말한다.  

또한 주위에 대해서도 군주가 세운 계획과 같은 생각을 가진 자가 있으면 그를 칭찬해주고 실패하더라도 두둔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설득하려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 이후에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펼쳐도 받아들여진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비자는 세난 20항에서 이렇게 말한다. “ 무릇 용이라는 동물이 있는데 순할 때는 그의 등에도 탈 수가 있다. 그러나 용의 목 쪽에 약 30센티의 비늘이 거꾸로 있다. 만약 이를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군주도 또한 이러한 역린이 있으니 설득할 때 이를 건드리지 않으면 설득이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비자의 역린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변화가 심한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도 살다보면 많은 말을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와 별로 말하지 않아도 신뢰가 가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한비자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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