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설’이 돌아왔다.

구정(舊正)이라고도 불리지만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그 표현이 신정(新正) 쇠는 것을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제의 잔재라 하니 ‘구정’이라는 말보다는 설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 듯하다.

어찌됐든 음력 1월 1일을 쇠는 나라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소수의 유교 국가만이 설을 쇨 뿐이다.

어찌 보면 유럽을 위시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동떨어진 모습일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있어 설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핵가족화 된 가족끼리 모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절일 뿐만 아니라, 연말 연초를 보내며 지친 몸을 잠시 동안 재충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높은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설이 다가옴에도 마냥 기쁘지가 못하다.

들어오는 돈은 한정되는데 나가는 돈은 늘어만 가니 모두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이는 소상공인들 역시 다르지 않다. 한참 활발해야 할 내수시장이 주춤하자 명절 특유의 활기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나마 정부가 설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반’을 구성했다는 것이 다행이다. 

정부는 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밤, 대추 등 10대 품목에 대한 공급량을 평소 공급량인 9만5천 톤보다 1.5배 많은 14만 톤으로 확대 공급할 예정이며, 실질적인 물가 체감도를 낮추기 위해 ‘농축산물 할인대전’ 행사를 실시하고, 할인지원 예산 161억 원을 배정했다.

즐거운 설을 위해 나서는 것은 정부 뿐만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물가 안정을 위해 ‘설 특가 할인 이벤트’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설을 제대로 쇠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사비를 들여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모두가 힘을 합치며 차가운 명절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코로나19부터 시작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미국의 긴축 재정으로 인한 금리 인상 등 우리는 몇 년째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설처럼 모두가 힘을 합쳐 나아간다면 분명 우리는 터널의 끝에 금방 도달할 것이다.

지난해는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이 더 많이 들려온 한해였지만, 이번 설을 기점으로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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