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명절 설날이 다가 오고 있는데 때 아닌 폭설이 온 누리를 덮었다. 

여느 때 쌓인 포근함보다 매우 찐득거리는 눈이라서 인지 마음도 다소는 울적해지는 느낌이 든다.

옛날 같으면 신나는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로 히히덕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고 있을 법한 상황 이지만 진 눈 덕분에 방안에서 토닥거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았을 것 같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이유가 다른 곳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추운 겨울이 무색하게 손끝을 불면서 종일토록 놀던 우리의 민속놀이들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 이란 걸 새삼스럽게 놀라며 상기해 본다.

곱은 손을 녹이며 잘 감당되지 않는 구슬을 던지며 놀던 구슬치기나, 어깨가 뻐근하도록 종일 후려치며 윙윙 소리가 나도록 돌려 치던 팽이치기 놀이, 좁다란 논바닥 얼음판을 내 세상처럼 내 달리던 썰매타기가 사뭇 그리워진다. 그리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불편함도 잊은 채 다리를 번쩍 번쩍 들어 올려 차던 제기차기와 윷놀이 쥐불놀이 연 날리기 등 꽤나 많은 민속놀이 들이 아득한 추억 속으로 숨어버렸다. 

지난해의 근심과 걱정을 날려 버리기 위해 겨울 내 띄워 올리던 연을 보름명절이 지나기 전에 연줄을 끊어 날려 보내야 한다는 전설 같은 할머니의 말씀이 생생하다.

그동안 까지는 내 대신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이보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연을 날렸다.

좀 더 높이 좀 더 멀리 날려 올리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남의 연 실에 엉키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줄지어 서서 날리곤 했다.

혹 한 친구의 연이 날아가 버리기라도 하면 일제히 놀이를 중단하고 그 연을 찾아 벌판과 산 속을 헤매 이다가 결국 도깨비바늘만 덕지덕지 붙은 옷으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꾸중을 듣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민속놀이를 통해 우리의 삶의 이정표와 사회성을 터득하며 살아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연 날리기 놀이를 통해 협동심과 우애를 알았고, 윷놀이 팽이치기로 정당한 경쟁력을 기르며, 신호등 없는 얼음판을 썰매로 내 달리면서 삶의 질서를 터득 한 것 이 오늘날 우리 사외 구성원들의 삶의 근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놀이의 규칙과 질서를 벗어나는 법이 없었고, 지나치게 경쟁하지도 않고 양보 할 줄도 알았고, 서로 함께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 것이 바로 우리의 민속놀이였다는 생각에 사뭇 지난날들이 몹시 그리워진다.

더불어 생각나는 그리운 옛 친구여! 아! 그리운 민속놀이여! 마음의 고향이여!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