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을 하는 동생의 집들이 초대가 있었다. 탁 트인 통 유리창 눈 쌓인 논이 보이는 고덕 신도시 풍경을 보며 도심 속 절경과 맞선 설레고 멋진 기분이 드는 집이다. 그리고 위풍당당 가오(폼의 속된 말)에 놀란다.

아무 것도 없던 맨땅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맨질맨질 길이 닦여도 신도시 위력은 무채색 가운을 걸친 이구아나처럼 낯이 설고 삭막하며 정이 가지 않는다. 
모처럼 모인 자매들의 자리 더덕 담금주를 마시면서 얼근해지니 동생에게 노래를 청한다.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긴장하며 노래 부르던 모습이 아닌 순수한 자리여서인지 화기애애 최고조다.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것은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허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허림 시 운학준의 <마중>을 들으면서 나를 갈구던 상념들이 다 온화해지고 수그러짐을 느낀다. 동요를 일으키던 감정들을 정화하여 정돈하게 만든다.
마중은 ‘맞이함’이다. 오는 것을 맞이함은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오는 일의 배후에는 가는 일의 모션motion이 동반한다. 오래도록 잊지 않을 고백, 사랑, 배신, 무의미와 공허가 자라는 길, ‘바람이 이네’의 마지막을 노래할 때 <임이 오시는지>를 기억하는 울림 또한 결국 여부를 묻는 바람 향기가 아니겠는가.
내일은 안개가 핀다고 한다. 미로에서 겪는 마중은 결국 닿는 정이 있다면 혼란이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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