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이후 작년에 이어 새해에도 전국의 공공도서관의 대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책이 있다. 소설가 김호연씨가 쓴 장편 문학소설 ‘불편한 편의점’이다. 100만부 이상이 팔렸고, 제 2권도 출간되어 같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을 먼저 오디오 소설로 접하고 나서, 책을 읽어보려고 평택과 안성의 도서관을 검색해 보았다. 도서관마다 다 대출이 된 상태였고, 도서 예약자가 이미 꽉차있었다. 그만큼 이 소설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지하철역 노숙자 ‘독고’가 ‘염영숙 여사’의 지갑을 주워 전달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편의점 사장인 염영숙은 독고가 도둑들에게 맞으면서까지 자신의 지갑을 지키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진심을 믿은 염영숙은 독고에게 자신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달라고 제안한다. 

독고는 알코올성 치매로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노숙자로 살았었다. 그런 그를 사장이 편의점 직원으로 채용하니 주변 사람들은 경계하고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실하고 정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그가 늘 마주치는 사람들은 이러하다. 편의점에서 시간을 교대하여 근무하는 직원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고단한 회사원 가장, 베스트셀러를 꿈꾸면서 글을 쓰는 작가,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만 엿보는 염여사의 아들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불편한 편의점을 들른다. 

독고는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독고는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 그는 기억을 잃은 채 노숙자로 전전할 때 자신을 도와준 다른 노숙자들을 잊지 않고 찾아간다. 독고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술을 끊고 차츰 옛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이 노숙자가 되기 이전 성형외과의 이름난 의사였고, 큰 의료사고를 저질렀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하지만 불편한 편의점에서 일할 때 받은 사람들의 사랑과 신뢰로 자신의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새 인생을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노숙자가 된 의사출신의 독고이겠지만, 더 주목하게 되었던 인물은 편의점 사장인 염여사였다.

그는 올바른 직업관을 가진 사람이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다 멀리하라고 경고하지만, 그녀는 덮어놓고 불신의 마음을 갖기보다 사람의 깊은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혜안을 지녔다. 

예전 필자가 직장생활을 했던 회사의 모토 중 하나는 “돈보다 일 중심, 일보다 사람 중심”이었다. 염여사는 돈보다 일보다 사람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직원들을 사랑했고,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그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겼다. 일터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장(場)으로 여긴 것이다. 

“장사는 내가 좋아하는 거 파는 게 아니야. 남이 좋아하는 거 파는 거지.” 비록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그 직업을 통해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는 의식을 갖는다면 일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대한다면 얼마나 삭막한가. 직장을 단순히 돈벌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란 얼마나 형식적이 되는가?

직장은 우리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도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가장 황금같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좀 더 의미 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냉정하게 따져 정확히 계산된 마케팅을 추구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다. 하지만 그런 세련되고 기계적인 데서 조금은 벗어나, 소설의 불편한 편의점처럼 인간미가 흐르는 곳이 사실은 더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또한 그런 곳에서 함께 했음이 언제고 따스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짧은 시구가 생각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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