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묵은 한해를 보내고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로운 해가 밝았다. ‘검은 토끼의 해’를 맞이한 만큼 올 한해는 어떤 어려운 일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기대만큼 녹록치 않다.

3高 현상(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과 더불어 1%대로 예측되는 낮은 경제성장률, 수출 부진 및 국내 투자 둔화 등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경기 침체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기업 등의 경영악화로 오는 2026년까지 전기료, 가스비 등의 공공요금 인상이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계에서 벗어나 정치권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한숨 나오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야가 힘을 합쳐 눈앞에 목도한 여러 악재를 해결해도 부족할 시간에 서로 비방만을 반복하고 있으니 정작 신경 써야 할 민생은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새해를 맞이했음에도 각종 부정적인 지표와 전망들로 인해 국민들의 걱정은 날로 커져만 간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는 뜻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우리 역시 각종 어려움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마련한다면 2023년은 오히려 대한민국이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경제회복이다. 결국 한국 경제의 근간은 수출에 있다. 

과거에는 각 국가들이 ‘최소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얻기 위한’ 거래를 해왔다면 지난해부터는 ‘중국경제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이념 대립이 심화되며 효율보다는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국가 간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른바 ‘신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맞춘 새로운 수출전략이 필요하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 또한 신년사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거래’를 새로운 수출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정치권의 화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 여당과 야당은 서로 남탓만을 반복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고 있다. 만일 지금처럼 여·야가 끊임없이 반목한다면 현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국정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내년 4월 예정된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야의 잘못을 따져 투표로 심판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한발 씩 물러서서 화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멀리, 그리고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번 웅크려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이 난관을 돌파하고 나면 대한민국은 더 높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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