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직장 동료로부터 안부 전화가 왔다.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는 지, 또한 몸은 건강한지, 두루 잘 지내고 있는지가 주요 문안의 골자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이 첫 번이 아니었다.

더듬어 기억해보니 시시 때때로 문안 전화를 받은 것 같다.

궁금한 내용이야 별 큰 의미가 있겠는가 싶지만 일상적인 안부에 덧붙여 항상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전화이기에 더욱 감명 깊게 와 닿는 것이다. 

온 대지가 눈으로 수북이 뒤덮인 날 새하얀 눈처럼 맑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친구가 있다는 생각이 내 가슴을 포근히 덮어 주고 있다.

마음속부터 훈훈해 오는 정감이 이 겨울을 후끈 달구어 줄 것 같다.

누군가 작게 만들어 난간위에 나란히 올려놓은 꼬마 눈사람 열세 개를 보았다.

마치 일 년 열두 달을 보내고 새로운 한 달을 맞을 준비를 하자는 의미 인 것 같았다.

그리고 매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안부를 물어오는 제자의 안부 문자도 영락없이 날아왔다.

여러 제자 중에 유독 인정이 깊고 자상한 이 제자는 영원히 가슴속에 남아 나를 감동케 할 것을 안다.

쉬운 듯 쉽지 않은 관심이 바로 사랑과 배려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한번 나를 돌이켜 보게 된다.

살가운 전화 한통과 진심어린 안부 문자 하나가 가져다주는 나의 행복만큼 내가먼저 베풀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업무적 바쁜 일상의 전화는 이제 많이 줄었다.

그 대신 궁금함이 더 해져 가는 주변의 일들이 자꾸만 떠오르지만 수시로 전화벨을 울리기가 쉽지 않다.

딱히 해야 할 말도 없거니와 꼭 필요치 않은 말로 시간을 빼앗는 듯한 느낌으로 더러는 망설이기 마련이다.

임인년 한해가 저물고 계묘년 새해가 밝아 오고 있다. 

세밑 한파와 폭설로 다소 썰렁한 느낌에 어깨를 움츠리게 하지만 선뜻 안부전화 한통 눌러 볼 곳을 생각한다.

오랜 친구부터 멀리 있는 옛 친구들과 어릴 적 고향 친구들도 좋을 것 같다.

지나간 직장 동료들의 근황도 궁금하고 학교 동창들 중에 그래도 친근했던 몇몇 친구들과, 세상을 살면서 인연을 맺었던 모든 지인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무라도 좋을 것 같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서대로 안부 전화를 눌러 보아야겠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데 몸 건강히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느냐고 지극히 일상적인 인사말로 말이다.

그리고 새해엔 다복 하라고 덧붙여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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