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가수 김광석씨의 노래 ‘서른 즈음에’ 가사 중 일부다.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이별과 상실의 그리움과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있다.

뭔가 이룬 것도 없이 젊은 나날을 지내며 나이 들어감이 못내 슬펐던 것일까. 

하지만 누군가에겐 지나간 시간들이 아쉬움이 아닌, 보람이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가슴 벅찬 출발을 위한 준비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이 들어감을 이별과 상실이 아닌 성숙과 익어감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아무튼 노랫말 가사를 빗대자면 ‘또 하루’ 가 아니라 ‘또 한해’가 멀어져간다.

이렇게 2022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시간의 흐름은 연령대와 또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 각자에게 올 한해는 어떤 의미였을까? 

어느 언론사가 선정한 올 한해 10대 뉴스를 보았다.

“누리호 발사 성공, 월드컵 16강 달성, K-Culture의 세계적 유행”과 같이 우리를 기쁘게 했던 뉴스들도 있다.

반면, “이태원 참사, 코로나의 재 유행, 남북한 군사적 긴장, 물가 폭등”과 같이 우리 마음을 무겁게 했던 사건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 것이 현실이다. 올해 닥친 겨울 한파만큼이나 마음이 춥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그리 경기가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이럴 때는 마음의 맷집을 키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당장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으니 그에 대해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다.  

미래를 연구하고 전망하는 어느 전문가는 세계가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거기에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은 이 시대에는 이제 장기적인 계획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동안 전혀 예측하거나 겪어보지도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와 환경의 변화가 그렇다.

각종 감염병이 우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세계 질서도 매우 혼란한 상황이다. 무엇 하나 간단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적응해 가는 훈련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아무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화가 일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해가 가고 새해가 된다는 것이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동안 해왔던 반복되었던 일상을 큰 변화 없이 또 반복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다는 것에 그다지 큰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무엇에 강요당하지 않고 큰 변화 없이 내 일상을 흔들림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음만으로도 복이다.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어떤 이에게는 그 시간을 디딤돌로 잘 사용하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거침돌이 되기도 한다.

누가 내년을 비관적으로 전망을 하든, 아니면 낙관적으로 보든, 중요한 것은 내 인생에 대한 무게를 책임감 있게 감당해 내는 것이다. 

버티는 것도 능력이라고 했던가. 주어진 자리를 묵묵히 지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춥다. 이런 가운데 한해가 저문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한해를 선물처럼 받는다.

마치 어린 시절 새 학년 책을 받을 때 느꼈던 왠지 모를 묘한 흥분이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 

필자의 지인 부부는 70이 넘은 나이에 캄보디아로 새로운 사역을 위해 신년 벽두에 떠난다.

나이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결심과 시작을 하려는 이들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올해도 우리는 수고했다.

이제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

아직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들이 있다.

내년에도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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