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된 만큼 여러 지자체에서 내년도 본 예산이 확정되고 있다. 순탄하게 예산이 확정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집행부와 의회가 끊임없이 반목하며 잡음을 내는 지자체도 있다. 

이런 경우 대개 의회가 여야동수, 또는 여소야대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지방정치 대신 정당정치를 하며 집행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지난 6.1 지방선거부터 예견됐던 일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6.1 지방선거 당시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유권자보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눈치를 보느라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일이 있다. 

지방선거가 아닌 대선을 방불케 했던 정당 싸움에 많은 시민들이 선거를 보이콧했고 이는 50.9%라는 낮은 투표율로 증명됐다. 

어찌 됐든 선거가 끝난 지 반년이 지났고 이제 당선인들은 정당이 아닌 지역을 위해 힘쓰며 성난 민심을 가라앉혀야 했으나 여전히 곳곳에서는 지역이 아닌 정당을 위해 애쓰는 당선인들이 존재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안성시가 대표적이다. 

여야동수인 경기도의회는 대부분의 위원회에 양당 의원이 절반씩 배치돼 있어 사업 하나를 통과하는 것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로 김동연 지사의 역점사업인 GTX 플러스 기본용역비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들의 표결 결과 6대 6으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소야대의 안성시는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초기부터 원 구성을 두고 여·야 의원들간 대립으로 인해 개원에 차질을 빚더니 이제는 김보라 시장이 공개적으로 예산안을 삭감한 야당(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을 비판하고 나섰으며, 반대로 야당 시의원들은 부실 예산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김 시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의회의 역할 중 하나가 집행부 견제이고, 집행부의 의무 중 하나가 의회 설득인 만큼 두 집단이 마냥 친하게 지내라는 뜻은 아니다. 근거 있는 비판이라면 긍정적인 발전방향으로 이해하고 대부분의 시민들도 납득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 지자체에서 보여주는 집행부와 의회 간의 갈등이 발전적인 대립이 아니라 정당을 위시한 알력다툼이라는 점이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 과정 없이 다른 정당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반복되니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이다.

지방정치에서는 당적이 중요하지 않다. 어느 정치인이 시민들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지가 더욱 중요할 뿐이다.

이제라도 정당의 뜻 대신 시민들의 뜻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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