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0세 생일이 새해 오월에 있는 분이 퇴직 선고를 미리 받았다. 

판촉사원은 이곳과는 별개로 각자 소속된 회사의 직원이라 사실 어느 곳이나 정년과 무관한데, 동갑내기 친구들과 회갑기념 일본여행 여권을 만든다고 들뜬 마음 찬물을 덮어썼다.

아직 일을 놓기에는 너무 젊은 정년은 언젠가 내게도 닥칠 일이여서 칼 같고 유도리 없는 제도 앞에 하루가 심란하다.

한직장만 평생 다니다 정년을 맞고 재취업 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이미 평생을 하던 일과 출퇴근 동선에 최적화되어 상실감은 물론이고 마땅한 새로운 일 찾기가 어렵다.

오래전 5년을 넘게 근무했던 수족관 생활이 떠오른다.

열대어 수족관 35개에 노니는 다양한 열대어종, 조류, 거북이, 이구아나와 같은 파충류와 토끼, 고슴도치, 햄스터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동물과 교감하면서 생명 존귀를 체득한 가장 잘 맞는 직업이었다.

물고기, 새, 파충류, 소동물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고 먹이와 간식, 놀이기구, 질병예방, 배설물을 치우면서 아기를 돌보는 엄마처럼 설레면서 일했다.

한때 사업을 하던 친구들도 경제위기 앞에 빈털터리가 되어도 굳건히 자신의 일을 찾아 정착하고 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일, 몸이 고되면 몸뚱이가 아프고 머리를 쓰면 정신이 버거운 일인즉, 다들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서민인 우리 모두의 사유 재산 1호는 몸뚱이 아니겠는가.

나의 지인은 20년 근속한 회사를 퇴직하고 물류 일을 하다가 얼마 전 학교급식 실무조리원일을 시작했다.

평소 생활력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퇴근 후 파라핀에 손을 담구고 뼈마디 통증을 녹이며 견딘다.

그런데 놀라운 건 무언가 들여다보며 열심히 외우고 있기에 물으니 급식 전처리과정과 배식, 청소, 조리 등에 관하여 세심히 적힌 매뉴얼이 까다로워 숙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파지 줍는 어르신도 굽은 허리로 찬찬히 물건을 쌓지 않으면 많이 실을 수 없기에 젠가 뽑기처럼 진중하다. 

고령화 사회, 그것도 2025년에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65세 노인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저출산에 비해 고령인구가 많아지니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현상도 심각하겠지만 가장 큰 첫 번째가 ‘노인빈곤’이라 생각된다.

정년이 빨라지고 노인을 채용하는 일자리도 많지 않기에 그것은 더욱 문제가 심화될 것임에 겨울 한기에 내리는 눈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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