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창조주 하나님의 능력으로 잉태되고, 처녀 마리아의 몸에서 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억하는 날이다.

성경에서 ‘아구스도’라고 나오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제국 전체의 실권을 장악한 후에 로마 제국 전역에 걸쳐 국세조사, 곧 인구조사를 실시했다(눅 2:1).

그 목적은 세금 재원을 파악하고, 유사시의 군대 동원능력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결정은 궁극적으로 로마 제국의 통치 기반을 든든히 하려는 일환이었다. 

로마제국이 다스리던 온 나라에 내린 이 명령 때문에 당시 갈릴리지방 나사렛에 살던 요셉과 출산을 앞둔 마리아도 본적지인 베들레헴에 호적등록을 위해 가야만 했다(눅 2:3-5).

그리고 구약의 예언대로 이 베들레헴에서 메시아이신 예수께서 탄생하셨다. 

세상을 호령하던 로마 황제의 명령으로 된 우연한 사건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국제정세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큰 계획을 따라 이루어진 일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소식은 들판을 지키던 목자들에게 전해졌다(눅 2:8-10).

목자들은 천사들이 전한 예수 탄생소식대로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있는 아기 예수를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신비스러운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이것이었다.

“듣는 자가 다 목자들이 그들에게 말한 것들을 놀랍게 여기되”(눅 2:18).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의 반응은 달랐다.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니라”(눅 2:19). 

마리아의 이러한 반응은 예수님이 12세 소년이 되었을 때의 일화에도 나온다.

소년 예수님이 유월절에 부모와 함께 예루살렘 성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행방불명이 되었다.

수소문해 발견한 곳은 성전이었다.

소년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랍비들과 함께 토론하고 있었다. 

잃어버린 줄 알고 찾아다녔다는 말에 소년 예수님의 반응은 이것이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눅 2:49).

보통은 잘못했다고 빌거나 혹은 어떤 변명이라도 할 것 같은데 예수님에게서 나온 말씀은 뜻밖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모는 의아해 하고 당황스러웠다.

“그 부모가 그가 하신 말씀을 깨닫지 못하더라”(눅 2:50). 비록 예수님이 성령으로 잉태되어 오신 메시아이지만, 태어난 때부터 보고 12세가 될 때까지 양육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그냥 다른 자식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서 생각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마리아는 소년 예수의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깊이 마음에 두었다고 했다. “그 어머니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두니라”(눅 2:51).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마치고 체포되셔서 고난을 받은 후 십자가 형틀에 못 박혀 죽어갔다.

그 고통의 현장에 모친 마리아도 있었다. 마리아는 예수의 죽음의 현장을 묵묵히 지켰다.

자기 배로 낳았던 아들, 갓난 아이 때부터 양육했던 그 아들이 무슨 흉악한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메시아라고 주장했다는 것 때문에 모진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대도 마리아는 그 고통과 절규의 현장을 말없이 지킨다. 

마리아만큼은 예수님의 출생의 실상을 다 알고 있었다. 

사람의 생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자기 몸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놀라운 신비를 다 이해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하나님의 행하시는 일에 대하여 감각이 무디어지고 믿음이 약해질 때,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마음에 새겨보고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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