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언제 왔는지, 언제 갔는지도 분명치 않은 사이에 여름이 왔는가 했더니 벌써 7월을 맞이했다. 1년 12개월을 반으로 접으면 6월 30일과 7월 1일 사이가 경계선이 되지만, 날로 나눈다면 7월 3일에서 반으로 접힌다. 그것은 1년 365 일 중 절반이 182.5일인데 1월에서 6월까지는 181일이고 7월부터 12월까지는 184일이기 때문이다.

산으로 치면 7월 초가 최정상이 되는 셈이다. 또한 올해 7월은, 1년 24개 절후 중에 더위를 나타내는 ‘소서’와 ‘대서’가 들어 있고 절후에는 들지 않지만 더위에 대명사로 여기는 3복 중 초복, 중복이 들어 있어 7월은 더위로 뭉쳐진 달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장마까지 겹쳐서 높은 습도와 함께 하루하루 지내기가 보통 고역이 아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이다. 아무리 과학기술 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하늘의 조화를 인간의 능력으로 인간의 기호에 맞게 조정 할 수는 없는 일, 그러나 때가되면 어김없이 떠나가니 그 때 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겨울이 오면 추위가 더위 못지않게 사람들의 삶을 위축시킨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모여 앉아 여름이 좋으냐, 겨울이 좋으냐를 놓고 설익은 토론을 벌인 기억이 난다. 결론은 여름이 우세했다. 그 우세 요인으로는 여름이 겨울보다 먹을거리와 놀이 거리가 많은 점이다. 냇가에 가서 멱도 감고 고기도 잡고 산에 가서 자생하는 열매들도 따 먹고 매미나 집게 벌레도 잡아 놀이 감으로 삼기도 했다. 밤이 되어도 춥지 않으니 골목길에 또래들이 모여 술래잡기도 하며 그야말로 지루함 없이 보내다 보면 더위 정도는 아랑 곳 없었다.

이에 비해 겨울철은 워낙 춥기 때문에 바깥 활동이래야 얼음판에 나가 썰매타기나 팽이치기 정도이고 주전부리 거리도 별로 없다 보니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여름이 더 좋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지난 시절에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살다 보니 여름철의 냉방을 위한 생활 여건이 겨울철의 난방을 위한 여건 보다는 여러면으로 나았던 이유도 있었다.

우선 입는 옷만 해도, 집안의 난방을 위한 연료만 해도 여름 철이 훨씬 적게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날에 비해 풍요롭게 살다 보니 집안에 난방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아랫목 윗목이 따로 없이 골고루 따뜻하고 외풍도 별로 없고 온 종일 실내 온도가 고르게 조절 유지된다. 또 기차나 버스를 타도 난방이 되어 춥지 않게 목적지 까지 갈 수 있다.

거리에 나다닐 때도 오리털 파커 하나만 입어도 별로 추위를 못 느낀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실내 냉방은 어디를 가나 잘 되어 있으나 밖에 나가면 뜨거운 태양 빛은 피할 수 가 없다. 이렇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여름에 더위를 견디기 보다는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편이 훨씬 낫다.

한편 여름철에는 여성들의 옷차림의 노출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한다. 덥다 보니 반바지에 반소매 만큼 여름옷 차림으로 더 이상 적합한 옷이 또 있으랴. 그런데 일부 여성들의 반바지 차림은 바짓가랑이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짧은게 있어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정도다.

한 때 여성들의 치마가 무릎 위로 얼마나 올라갔나를 자로 재서 그 정도에 따라 처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같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얘기다. 여성의 반바지 차림을 운운하다가 혼쭐이 날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 패션을 창출하는 디자이너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볼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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