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이란 말은 어떤 대상을 ‘찌르다(刺)’라는 의미를 가진다. 영화에서 누군가를 해칠 때 동양에서는 자객이란 말을 쓰고 서양에서는 암살자(assassin)란 말을 쓴다. 중국의 전국 시기 말 대세가 진나라로 완전히 기울자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주위의 국가들이 자객을 보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형가(荊軻)라는 자객이었다. 

  원래 형가는 위나라 사람이었고 유세술과 무술을 익히고 식객이 되고 싶어 위나라의 관료를 찾아갔으나 채용되지 못했다. 이후 형가는 여러 지역을 돌면서 자신을 받아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몇 개의 나라를 방문하였으나 아무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연나라에 가게 되었다. 연나라는 지금의 북경을 중심으로 중원에서 북쪽에 있는 나라였다. 

  연나라에 도착한 형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원래 술을 좋아하여 이들과 매일 술집을 다녔다. 그 자신이 워낙 술을 좋아했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성격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괄괄해 보였다. 

  그러나 형가는 속도 깊었고 독서도 좋아하는 인물이었으며 연나라에서 현자로 불리우는 전광이란 사람도 친구로 두고 교제할 정도였다. 이때 마침 진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던 연나라의 태자 단이 도망쳐 연나라로 돌아왔다. 

  태자 단은 원래 진시황과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진시황이 왕이 된 후에 그를 잘 대해 주지 않았고 이에 화가 치밀어 연나라로 도망 온 것이었다. 태자 단은 자신이 화난 것을 보복해줄 사람을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진나라는 점차 국력이 강해지면서 중국의 각 지역에 있는 나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제나라와 초나라 그리고 한나라, 위나라, 조나라 등 가리지 않고 영토를 침략했다. 이제 북쪽에 멀리 떨어진 연나라 국경까지 진나라가 넘보기 시작했다. 

  연나라의 왕과 태자는 대신들과 대책을 상의했고 이중 국무라고 하는 관리가 진나라는 인구도 많고 군사력도 강한데 단순히 태자의 원한을 풀려고 한다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으니 경거망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얼마 후 진나라의 장군 번어기가 진나라 왕에게 죄를 짓고 연나라로 도망쳐왔다. 이때 태자는 그를 거두어 집을 주고 보호해주었다. 국무는 다시 만약 진나라왕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연나라를 공격할 것이니 당장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 말을 듣지 않자 그럼 전광을 만나서 상의할 것을 건의했다. 

  태자는 그 말을 들은 후 전광을 궁전으로 불러 연나라의 힘으로 진나라를 이길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물었다. 태자의 얘기를 한참 들은 후 전광은 자신은 이미 늙어 큰 힘이 되지 못하나 자신이 아는 형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전광은 바로 형가를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이 일을 비밀로 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형가는 태자를 만났고 전광이 죽음으로 비밀을 지켰다고 전해주었다. 태자는 형가 앞에 엎드리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태자는 형가에게 진나라가 한나라를 멸망시켰고 남쪽으로는 초나라를 공격하였으며 천하를 손아귀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나라도 곧 진나라의 손에 멸망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은 자신의 연나라 차례이니 어떻게든 이를 막아달라고 매달렸다. 

  태자는 진나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진나라의 왕을 죽이고 내분을 일으켜 외부에 대한 공격을 멈추도록 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하면서 형가에게 나서 주기를 부탁했다.

태자는 형가에게 벼슬을 주고 극진히 대접하면서 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형가는 태자의 청을 받아들여 자객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자객이 된 형가는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한 계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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