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는 무엇보다도 우산이 필수품이다.

지난 초등학생 시절,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이 없어 마대 자루를 길게 반을 안으로 접어 ㄱ자형으로 만들어 머리부터 어깨 너머 등 뒤로 느려 뜨려 학교에 쓰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도 없으면 신발을 벗어 들고 책보를 허리에 매고 비를 맞으며 뛰어가곤 했다. 

요즘은 우산이 종류도 많고 쉽게 구입할 수가 있다. 

특히 급한 대로 쓰기에는 값싼 1회용으로 비닐우산이 있는데 잘 쓰면 여러 번 쓸 수도 있다. 그리고 천으로 된 우산은 오래 쓸 수도 있으며 그 기능도 다양해서 펴면 넓게 펴지는 우산도 있고, 우산대와 우산살이 2단 또는 3단으로 꺾여 져 있어서 꺾인 부분을 펴서 쓸 수도 있고 비가 그치면 다시 접어서 휴대하기에도 편리한 점이 있는 우산도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용도별로 다양한 우산이 있지도 않았다.

그 당시에도 더러 검정 천으로 된 긴 우산도 있었고 기름먹인 종이를 대나무 우산대와 살에 씌워서 만든 지우산도 있기는 했으나 그렇게 흔치가 않았다.

그나마 검정색 천 우산은 나이 지긋한 부잣집 어르신들이 비 오는 날에는 우산으로, 맑은 날에는 단장으로 대용하기도해서 멋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우산은 값도 천 우산보다는 좀 싸고 주로 일반 서민들이 많이 사용했으나 수명이 짧아 오래 쓰진 못했다. 

이런 사연이 있었던 우산이 이 시대에 와서는 흔해져서인가 한낱 소모품 정도로 여겨지는 느낌이다.

비가 그친 다음 날 거리를 지나다 보면 가로수 아래나,쓰레기 모아둔 곳에 멀쩡한 우산이 버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본다.

그만큼 희소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비 오는 날에 전철역에서 내리면 출구 앞에 비닐우산 판매대가 있어서 우산 준비 없이 나갔다가도 쉽게 우산을 구입할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집에는 우산이 여유롭게 보관되어 있어 어쩌다 손님이 방문 했다가 가는 길에 마침 비가 오게 되면 쉽게 우산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긴 비 오는 날 아침에 우산을 쓰고 나갔다가 비가 그치고 언제 비가 왔는가 할 정도로 날씨가 활짝 개이게 되면 갑자기 어디다 맡길 데도 없다 보면, 쓰고 다녔던 우산이 귀찮은 존재가 된다.

마침 3단형 우산이면 짧아서 다시 접어 가방에 넣거나 가방이 없을 경우는 손에 들어도 크게 짐이 되질 않아서 별 부담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많고 흔하면 그 가치를 느낄 수 없게 되어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 예전에 귀했던 우산도 이젠 아쉽게 쓰다가도 비가 그치면 버려지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을 보며, 지난 초등학생 시절,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이 없어 마대 자루 쓰고 학교 갔던 기억이 떠오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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