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뒤통수 중간 쯤에서 통증이 있었다.

찌끗찌끗한 증상에 깜짝깜짝 놀랄 정도다.

머리에 손이 자꾸 만져지고 안색이 흐리니 동료들이 걱정을 한다.  오후가 되도록 이 지경에 손에서는 진땀이 난다. 

작업현장에서 맡은 일이 줄줄이 바쁜데 일을 놓고 현장을 나왔다.

운전대를 잡는데 손이 덜덜 떨린다.

곧바로 차를 몰아 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병원에서는 먼저 코로나 검사다.

”머리가 아파요, 머리가 아파요 진통제를 주세요“ 연신 진통제 타령을 했나보다. 

뇌 시티촬영에 무슨무슨 검사를 했던가, 결과를 기다리며 응급실 간이침대에서 외로이 홀로 있었다. 

주위엔 아픈 사람들! 아주 조그맣게 조그맣게 늙어버린 할머니, 다리가 부러진 여학생이 보였다.

어느 날 느닷없이 올 수 있는 곳이다. 

환자는 의사와 간호사 보호자를 거느린다.

그렇지만 힘이 없다.

아픈 힘 밖엔 없는 것 같다.

병실에 입원할 때는 저녁이었다.

창밖은 정원이다. 초겨울 풍경이 겨우 눈에 들어온다.  

저녁 하늘에 노을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연노랑 국화가 여기 저기 무더기 무더기로 피었다. 

오늘 하루가 아득히 길었다.

의사는 내게 검사결과를 설명해 주었다.

혈압이 아주 낮았고요 아연이 부족해요 과로하면 안돼요,

그리고 아무 걱정 마세요.

 ct 사진에 뇌 모양은 정상이고 아주 깨끗해요.

머리가 아픈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아요 알 수 없는 이유도 있어요. 라고 천천히 알려 주었다. 

맞은편 병상 할머니는 허리 디스크 수술로 아픔을 호소했다.

나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간병인을 옆에 두고 있었지만 간병인의 목소리가 더 크고 환자를 두고 잔소리를 해댄다. 

밤새 신음소리를 듣느라 또 골치가 아팠다.

앓아가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더니 그 틈에서도 먹고 자고 자꾸 잠이 왔다. 

퇴원 가방을 챙겨 병원을 나오는데 굴밥이 먹고 싶었다.

굴 요리 음식점을 찾아 혼자서 굴밥을 먹었다.

아픈 사이에 비바람이 불었는지 나뭇잎이 다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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