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병에게 주택을 임대하면서 그 주택이 이미 저당권실행으로 경매진행 중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병은 위 주택에 입주한 이후에 등기부를 열람해보고서 이 사실을 알고 갑에게 항의하였으나 갑은 오히려 등기부를 확인하지 않은게 잘못 아니냐며 경매진행 중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갑은 위 주택 이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습니다. 이 경우 병은 경매절차에서 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을까요? 갑에게 사기죄 등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해설>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요구하여 보증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갑을 사기죄로 고소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미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갖추고 임대차계약상의 확정일자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대항력이나 일반 우선변제권을 가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한 소액보증금 중 최우선변제권 역시 주택에 대한 경매신청의 등기이전에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 및 확정일자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경매 진행 중에 부동산을 임차한 병은 최우선변제권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살펴보면, 형법 제347조에서는 사기죄에 관하여 “①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안의 경우 갑은 병에게 적극적으로 기망수단을 쓴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경매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므로(이른바 “不作爲”) 이러한 경우에도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고지의무 있는 자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을 인정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임대차계약 당시 임차할 여관건물에 관하여 법원의 경매개시결정에 따른 경매절차가 이미 진행 중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건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한 이상 피고인은 신의칙(信義則)상 피해자에게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 스스로 그 건물에 관한 등기부를 확인 또는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 할 것은 아니다(98도3263 판결)”라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안에 있어서도 갑은 신의칙상 경매사실을 알릴 고지의무있는 자로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병은 갑을 고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 사안의 임대차계약은 갑의 사기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므로 병은 사기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취소한 후(민법 제110조 제1항), 지급된 보증금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증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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