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은 합종책으로 6개의 나라를 연합하여 진나라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종책을 깨뜨린 것이 장의의 연횡책이다. 원래 소진과 장의는 당시 유명했던 귀곡선생 밑에서 동문수학을 하던 관계였다. 

같이 공부할 때부터 소진은 장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고 자신이 그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의는 학업을 마친 후에 초나라의 한 관료 집에서 머물면서 식객(食客)을 하고 있었는데 연회석상에서 진귀한 구슬이 사라졌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장의를 의심했고 장의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매를 맞고 쫓겨났다. 고향 집으로 돌아온 장의는 아내에게 자신의 혀가 붙어있는지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그는 웃으면서 그럼 됐다고 하였다. 그만큼 자신의 언변으로 세상을 뒤흔들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러던 와중에 소진은 이미 조나라의 재상이 되어 있었고 이를 안 장의가 소진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소진은 장의를 문전박대하고 모욕감을 주었다. 이에 분개한 장의는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진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모두 소진의 편에 서있어 결국 진나라로 향했다. 

소진은 자신의 식객을 불러 장의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고 능력이 출중하나 가난하여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식객에게 장의가 틀림없이 진나라로 갈 것이니 그를 따라 가면서 자신과의 관계를 밝히지 말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라고 명령했다. 

식객은 소진이 준 돈과 물건을 챙겨 장의를 뒤따라가 그와 같은 여관에서 지내면서 친구가 되었고 장의가 필요한 돈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결국 진나라에 도착한 장의는 진나라의 왕인 혜왕을 만나 자신의 치국술을 펼쳤다. 그의 말에 감동한 혜왕은 장의를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하고 다른 제후국들을 공격할 전략을 논의했다. 

식객이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자 장의는 모든 것이 당신 덕분인데 이제 그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데 왜 떠나려고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식객은 사실 자신은 주인인 소진의 명령으로 당신을 도와준 것이며 합종책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문전박대했다고 말해주었다.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장의는 식객에게 자신은 소진이 있는 동안에 절대로 조나라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소진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장의는 진나라 혜왕을 도와 제후국들을 공략할 계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진나라의 군대를 동원하여 우선 위나라를 공격하여 포양이란 곳을 점령하였고 항복의 조건으로 몇 개의 고을을 바치도록 하였다.

그 공로로 장의는 진나라의 재상 자리에 올랐다. 이후 몇 년이 지난 후 장의는 위나라가 진나라에 복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위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위나라 왕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진나라에게 다시 공격하도록 했고 위나라는 장의를 통해 진나라에게 화친을 청했다. 장의는 다시 진나라로 돌아가 재상을 계속하면서 이번에는 제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당시 제나라는 초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어 이들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이간책을 사용했다. 초나라의 회왕은 장의가 온다고 하자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장의는 초나라에게 제나라와의 동맹을 깰 것을 요구했고 대신 진나라가 6백리의 땅과 왕녀를 주겠다고 회유했다.   

초나라 왕은 그 이야기에 기뻐하였고 다른 신하들도 진나라의 공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땅을 준다고 하면서 기뻐했다.

그러나 당시 진나라에서 장의의 경쟁자였고 후에 초나라로 넘어온 진진은 만약 제나라와 국교를 단교하면 제나라는 진나라와 연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초나라는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라고 하면서 결사 반대하였다. 그러나 어리석은 초나라의 왕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제나라와 국교를 단교했다. 이제 장의의 연횡책이 시작된 것이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