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체만 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말한다. 지금 안성시가 딱 그런 모양새다. 매번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청렴’을 교육한다고 밝혀왔지만 정작 청렴과 직결되는 ‘업무추진비’에 있어서는 공개조차 미흡했기 때문이다. 

업무추진비란 기관장 또는 부서장들이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다. 과거에는 판공비 등으로 불렸으나 어감 때문인지 현재는 그렇게 불리지는 않는다. 

자칫하면 ‘눈먼 돈’으로 취급받기 십상인 만큼 「지방회계법」과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에서는 매월 또는 적어도 분기별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타 지자체에서 업무추진비를 유용(流用)한 사례도 많이 발견됐으니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의 공개는 어찌 보면 필수사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상황에서 안성시 주요부서인 ‘전략기획담당관’과 ‘소통협치담당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깜깜이로 운영됐다. 

심지어 현 김보라 시장 취임 이후 그토록 ‘청렴’이 강조되고, 공직자를 대상으로 ‘청렴 교육’이 실시됐음에도, 해당 부서의 담당자들은 업무추진비 공개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지금껏 안성시가 진행해온 청렴 교육이 사실상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는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자칫하면 시민들로 하여금 공직자들의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즉, 신뢰의 문제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본지로부터 지적받은 2개 부서 역시 소급적용해서 빠르게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깜깜이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청렴은 공직자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견제로부터 시작된다. 

안성시의 ‘청렴’이라는 수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다. 시민을 배제한 수레는 계속해서 소리만 요란하게 굴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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