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보이지 않던 바퀴벌레가 다시 보이지 시작한다.

새벽에 물을 마시려고 불을 켜면 고요한 거실이나 후미진 벽과 문틈 어린 새끼들이 겁 없이 돌아다니다 내손에 죽음을 맞는다.

아직도 징그럽고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바퀴벌레다. 

서식지가 나무껍질 밑, 돌 밑, 낙엽 밑, 또는 어둑어둑하고 습한 그늘이라 하는데 베란다, 주방, 책장 아래 같은 곳에서 슬슬 기어 나와 사람 인기척만 나면 얼마나 빠르게 숨는지 우연히 발견될 때 때려잡는 수밖에 없다.

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우리와 동거하기 좀 어려운 해충으로 분류되니 어린 아기라고 봐 주지 못 한다.

지인의 책장에서 곤충도감 책을 얻었다.

곤충이란 어떤 동물일까란 1장에 지구상 가장 번성한 동물로 알려진 종류만 100만종에 이르고 생김새와 생활방식이 다양하다고 한다.

사는 곳이 다 다른 그들의 삶터는 참나무 숲, 물풀이 많은 연못이나 웅덩이, 평지와 산지의 풀밭 등으로 나눈다.

자연물에 관한 것을 귀히 여기게 되면서 버려진 나무껍질을 주워 말렸다가 나만의 그림 시도를 해보았다.

여러 번 그리고 덮고 덧칠한 캔버스 거친 질감에 껍질을 접착해 붙이고 숲 분위기를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색으로 배경을 칠하고 곤충도감에 있는 곤충을 그렸다.

먼저 색깔이 화려한 큰광대 노린재, 호리꽃등에, 장수풍뎅이 넓적 사슴벌레, 딱정벌레, 하늘소, 파랑새를 그려 넣으니 하나의 숲이 생겨난 기분이다.

여러 그림 속 초록 그림이 있으니 집이 숲이 된 느낌이다. 

곤충도감을 흥미롭게 살펴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디지털 농업 사이트 ‘해충 방제와 천적들’ 생태도시 연구소장의 말을 들으면 농사에 유익하지 않은 해충으로 알고 있는 진딧물이 옥수수 농사에 있어서는 해충들의 밀도를 낮추는 큰 역할(친환경 방제법)을 한다고 하니 곤충과 해충을 구분하는 일은 그 상호간 조력과 상생을 넘어 조심스럽고 사람이 함부로 단정 지을 일이 아닌 자연의 일이니 나 또한 그 편견을 깨어본다. 

혐오스런 바퀴벌레에 대해 알아보았다.

생김새가 주는 혐오감, 잡식성, 백악기 때 처음 출몰한 끈질긴 생명력이 특징이고 종류도 다섯 가지가 된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의 삶을 다룬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위험하면 대를 위해 다른 바퀴가 먹이로 희생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도 그들만의 종족유지 법칙이 있지 않겠는가. 퇴치. 방역. 박멸, 박멸비용이 인간이 그들을 해충으로 몰아보는 잣대의 눈이다.

먹이로 유인해 죽이는 약을 곳곳에 두고 내일은 뿌리는 약으로 그들을 박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한 종족을 몰아내는 일은 인간의 전쟁같이 잔혹하여 양심을 되지 않는 가책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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