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갑으로부터 집 한 채를 9천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계약금으로 1천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계약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위 주택에는 A은행의 채권최고액 6천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중도금 지급기일이 다 되어 가자, 갑은 중도금(3천만원)의 지급을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근저당권이 말소되기 전까지는 중도금 및 잔금을 줄 수 없다고 거절하였지만, 갑은 위 근저당권은 자신의 조카인 을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하여 둔 것인데, 을이 곧 갚을 예정이므로 걱정하지 말고 중도금을 달라고 말하며 만일 중도금을 주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중도금 전액을 주어야 하나요?

 

<해설>중도금 중 2천만원만 지급하면 됩니다.

 부동산의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줄 의무뿐만 아니라 매매목적물에 관하여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이러한 담보권을 없애고 아무런 부담이 없는 완전한 권리를 이전하여 줄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의 갑은 A은행의 근저당권을 말소하여 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매도인의 의무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대금지급 의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습니다. 즉,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말소와 매수인의 대금지급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어느 일방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다른 일방이 자신의 의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이것을 ‘동시이행의 항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금지급의무가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진 경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 당권말소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은 잔금지급의무입니다. 그러므로 매수인은 매도인이 근저당권을 말소하기 전까지 중도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A은행이 저당권을 실행하면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는 민법 제588조의 규정을 적용 내지 유추적용하여 그 “위험의 한도”(여기서는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인 6천만원의 한도)에서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판례입니다(87다카1029 판결). 따라서 귀하께서는 전체 매매대금 중6천만원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므로 나머지 3천만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중 1천만원은 계약금으로 이미 지급하였으므로 중도금으로 2천만원만 지급하면 될 것입니다.(97다49251 판결). 다만,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후 등기를 하려고 한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등기소에 제출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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