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항상 축제 판이다. 

봄부터 시작된 축제들이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축제들로 이어지면서 일 년 내내 축제 세상이 전개 중이다. 참 아름다운 세상인가 보다.

봄꽃이 피면 산수유 매화 배꽃 복숭아 꽃 진달래 개나리 할미꽃 철쭉 튜울립 장미꽃 등 수 많은 축제들이 지역마다 특색을 살려 아기자기한 단장을 하고 그 기쁨을 우리와 함께 나누며 흥취를 더해 가는가 하면 잠시 세상 살아가는 시름을 잊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꽃 축제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의 축제들이 전국 곳곳에 산재하여 열리고 있다. 과일축제, 나무축제, 특산품 축제 기념축제 역사축제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제 절기 입추가 지나고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마저 지나갔다.

무덥고 끈끈했던 폭염과 열대야가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을 기세로 세상을 달구던 여름 태양이 조금씩 가을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물놀이가 조금씩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하면서 8월의 태양을 기억하며 9월을 맞는다.

그리고 이제 또 한판의 가을축제   세상이 전개 될 것이다.

봄과는 다른 가을 정취의 서정이 하늘을 물들이고 잠자리 날개 짓에 장단 맞추어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향기로운 과일 향처럼 그윽한 축제들이 열릴 것을 안다.

가을 축제는 수확과 결실의 기쁨처럼 그저 풍광에만 빠지기 보다는 포만과 성취의 기분으로 모두가 어우러지는 한 마당이 될 것이다.

도심 속 탁한 공기를 가르는 진한 과일 향과 구수하게 익어가는 황금 들녘의 여유로운 태양이 더욱 빛나는 세상이 되면서 흥과 사랑과 인정이 어우러지는 축제들이 우리를 데려 갈 것이다.

긴 여름의 성장기와 유난히 따가운 가을볕을 이겨낸 잘 익은 벼 이삭처럼 너그러이 펼쳐질 가을 축제들을 기다리면서 문득 지나온 인생의 축제들을 상기시켜 본다. 

내 인생의 봄과, 여름엔 어떤 축제들이 나를 흥분하게 했었는지 쉽사리 손 꼽아 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너무 많아서 일까 아니면 변변한 축제한번 성대히 펼쳐보지 못해서 일까. 

어쩌면 소중하고 고귀한 순간들조차 축제로 여기지 못하고 바쁜 세상 속에서 축제를 놓쳐 버린 것은 아닐까 되돌아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 다가올 가을축제들을 찾아다니며 유사하게 지나간 나의 축제들을 되찾아 보고 싶다.

세상이 온통 축제 판 이듯이 우리 인생 또한 그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소중한 순간들을 축제처럼 여기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부턴 모든 순간이 축제의 시간이다. 다가올 시간들도 모두 축제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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