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갑에게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4,000만원에 임차하여 주었는데 갑이 얼마 전 위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을에게 양도하니 을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의 통지가 왔습니다. 그리고 몇 일 뒤 법원으로부터 다시 전세보증금에 대한 압류명령이 송달되었습니다.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자 을은 병에게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병이 을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여 주어도 되는지요?

 

<해설> 만일 전세보증금 양도 통지를 내용증명 우편과 같은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받았다면 을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여 주어도 되지만 단순히 구두로 통지받았거나 확정일자가 찍혀 있지 않은 증서로 통지를 받았다면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여서는 안됩니다.

채권은 양도인과 양수인이 합의만 하면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만하면 채무자로서는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채권이 양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양도인에게 변제를 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우리 민법은 채권이 양도되었을 때 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450조 제1항, 이러한 채권양도의 통지는 양수인이 아니라 양도인이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민법 제450조 제2항은 위와 같은 통지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채권의 이중양도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채권자 A가 B에게 채권을 양도하고 채무자에게 양도의 통지를 하였다면 채무자는 누구에게 변제를 하여야 할까에 대한 대답이 바로 민법 제450조 제2항입니다. 위 조항에 따르면 B와 C 중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채권양도를 통지한 쪽이 진정한 양수인이 됩니다. 만일 양쪽 다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였다면 이때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채권양도의 통지가 채무자에게 먼저 도달한 쪽이 진정한 양수인이 됩니다.

민법 제450조 제2항은 채권양수인 상호 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채권양도와 채권압류 또는 채권전부명령 간에도 적용됩니다. 채권의 압류란, 나중에 전부명령 또는 추심명령에 의하여 타인에게 지급하여야 할지 모르니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변제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이고, 채권의 전부명령은 법원의 결정으로 강제로 채권을 이전시키는 명령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채권의 압류 및 전부명령은 모두 채권양도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채권양수인이 채권의 압류 또는 전부명령을 받은 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확정일자있는 증서에 의하여 채권양도의 통지가 이루어졌어야 하며 그 양도통지가 압류명령이나 전부명령보다 빨리 채무자에게 도달하였어야 합니다. 

사례의 경우 채권양도의 통지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만일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이라면 채권은 이미 을에게 확정적으로 이전되었으므로 그 후에 발령된 채권압류나 전부명령은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병은 을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채권양도의 통지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병은 을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여서는 안됩니다. 만일 지급하였다면 나중에 채권의 전부명령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전세보증금을 요구할 때 전세보증금을 또 지급하여야 합니다.

참고로 “확정일자”란 “사문서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가 일정한 절차에 따라 확정일자인을 찍은 경우의 일자, 공정증서에 기입한 일자, 그리고 공무소에서 사문서에 어느 사항을 증명하고 기입한 일자”를 말합니다.

통상 간편하게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서 내용증명 우편이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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