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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수염이 자랄 때
최희정(와온)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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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20  11: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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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문서의 커서는 작게 반짝인다.  내게 무엇을 쓸 것인지 깜박이며 묻는다.

반복과 단조로운 일상에 파묻히지마, 한 존재는 반짝이는 생각의 꼬리 끝을 물고 물어 어떤 무늬로 피어나리라.  

해가 떠 오르면 일터로 간다. 출근길에는 라디오가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작은 길과 시골길을 가다 보면 백합이 피고 호박꽃이 환하다.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들판 끝에 있다. 여름날 변하는 하루의 풍경이 내게 힘을 준다. 어느새 옥수수 긴 자루에 갈색 수염이 나오고 논두렁에 콩잎들이 벼와 함께 자란다. 누가 사는지 이층집 담장 벽에는 한창 담쟁이 잎이 햇살에 닿아 번지고 갈래 길 어귀 호두나무에는 쌍방울 열매가 열렸다.

번지며 행복했던 여름날이 내 안에도 있다. 열 한살 때에 담았던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가 있었고 사과밭과 여름마당은 지금도 살아서 자란다. 네 식구가 가꾸던 꽃밭에 백일홍과 분꽃을 오늘 여기서도 보고 여름마당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찾던 밤하늘의 북두칠성은 지금도 함께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서 세상살이가 점점 달라져 가는 것을 느낀다.  몸의 고단함과 신경이 예민해지고 ‘예’와 ‘아니오’가 더욱 단순해진다. 집에 있는 내 것이었던 물건을 미련 없이 버려 공간을 넓힌다. 

일터에서 돌아오면 저녁이 있다.  노동에 부대끼고 거칠어진 나를 위해 ‘우아’ 한 언어를 선택한다. 여름밤은 쉼이 있어 천천히 혼자 흐른다. 편백나무 책장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집을 꺼내 새로운 생각을 찾아 시원하게 읽는다.

 여름날

 쓸쓸한 시골의 뜨거운 들판에

  머리를 풀어헤친 옥수수밭에 서 있는 걸

 

  나는 그 정도는 안다

  들판을 한가로이 거닐며

  그 얼굴들의 빛나는 별들을 볼 때

 

  나는 말도 부드러워지고

  생각도 부드러워져서 상기한다

  모든 것이 머지않아 다른 모든 것이 된다는 걸

 

-메리 올리버의 <머리를 풀어헤친 옥수수밭 옆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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