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왕과 원숭이 이야기로 겸손을 비유한 우화가 있다. 

‘오왕이 미후산으로 가면서 많은 원숭이들이 도망을 갔는데, 재주 많은 원숭이는 자신의 재주를 믿고 있다가 오왕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전’에 입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선작을 상대로 대상, 금상, 은상과 같은 부분별 상을 가리는 2차 실물 심사가 있는 날이다.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취미로 습작하여 얻은 공모전, 예상치 못한 결과에 한 달여 사방팔방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우쭐대며 기다린 오늘이다. 이후 마음이 들뜨니 캔버스 앞에 앉아도 붓터치와 조색 능력이 미숙해 그리고 덮기를 반복했다.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라흐마니노프 3 피아노 협주곡으로 최연소 우승자 18세 소년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수상소감을 보면서 꿈같은 자뻑에서 깨어났다. 

소년이라 하기에 너무 깊은 것을 담고 있는 표정과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달라질 건 없습니다, 콩쿠르를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느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 연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작곡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라는 이 심지 깊고 의연하며 흔들리지 않는 담담한 어록에 정신이 번쩍 든다.

 

주말에는 물을 댄 논에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 핑크빛 우렁이 알이 붙어있는 초록빛 벼가 늠름하다. 개구리밥과 가래가 떠 있는 벼 사이로 유충에서 탈피한 가는 잠자리들이 몸을 말리려 날고 있다. 

어리고 여린 것들 미래는 사람이나 자연 생물이나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도 없기도 하다. 모든 살아가는 일에는 뜻하지 않은 변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생소하지만 날이 흐리다는 핑계로 라흐마니노프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을 듣고 있다. 

여태껏 몰랐던 색다른 감동과 감정이 이는 것은 어인 연유인가. 세계를 놀라게 만든 대한민국 소년 음악가의 ‘겸손’은 세상 무엇과도 아름다워 보였다. 

‘겸손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라는 조지 메러디드의 말도 함께 생각하며 들으니 하늘과 구름, 푸른 잎과 풀과 새, 물소리가 새롭다.

한 수 배운 겸손으로 신명나게 젊어지고 있으니 이 아니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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