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구석 촘촘한 틈을 찾아 힘껏 향기를 묻는다.

눈물이 나도록 매쾌 하거나, 매콤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나거나, 적당히 매워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수 있는 고약하고도 야릇한 향기를 심는다.

주렁주렁 달릴 행복나무처럼 정성스레 꾹꾹 눌러서 생각을 심는다.

붉게 익어갈 삶의 향기를 점치며 허리를 편다.

오늘밤 밭 한 모퉁이가 밤새 들먹일 것을 상상 하면서 뿌리들의 다툼으로 들썩거릴 세상을 엿본다.

그렇다. 고추를 심는다는 것은 생각을 심는 것이다.

꿈과 이상을 함께 어울러 심는 것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 들을 함축해 심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푸른빛의 풋 고추가 점점 붉어지면서 매운 맛을 지니기까지의 인고가 마치 우리네 사람들의 인생살이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어릴 땐 지리고 덤덤하던 생각들도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낸 매운 기억들 때문에 우리는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때론 즐겁거나 성낼 일도 겪으며 살아  가게 마련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결국엔 맵고 빠알간 그리고 알싸한 어제의 일들을 기억하며 또 내일을 기약  해야 하는 오늘의 주인공들이 되게 마련이다.

비록 지금 맵고 얼얼한 현실에 놓이더라도 고추를 심으며 예견 했던 매운맛의 실현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비록 오늘 어렵고 난감한 일에 봉착 되었더라도 이 또한 삶의 여정에 예견 된 한 토막의 순간 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달콤하고 화려한 꽃을 심기를 희망 하지만 결과에 흡족 하기란 매우 난해한 것이 인생사 이다.

그러나 애시 당초 매운 씨앗을 심는다면 소소한 고통이나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의 목표를 설정함도 이와 매우 흡사 하다는 생각이 든다.

긴 밭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적당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고추를 심는다.

흙을 메우고 북을 주면서 물을 흠뻑 적셔 주었다.

어서 자라서 비바람을 다 이겨내고 부디 맵디매운 고추를 주렁주렁 매 달거라.

유난히 빠알갛고 코끝이 찡 하도록 매운 맛을 지니 거라.

너의 후손들도 너를 닮아 더욱 강하고 알싸한 고추가 되도록 긴 여름과 장마를 이겨내고 가을을 물들일 당당함으로 붉게 익어 가기를 빌어 본다.

어떠한 역경과 고난도 이겨 낼만한 강한 맛을 지니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고추를 심는다. 

고추를 심는다는 것 마치 자식을 잉태하는 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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