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를 알고 있다. 38세 미혼 남자다. 예의 바르고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은 극구 삼간다.

모든 일에 성실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말 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집안에 우환이 많다.

부모님과 미혼 남매가 있는데, 어머니 빼고는 모두 암에 걸렸다.

아버지는 대장암 재발까지 해서 3차례 수술을 했고 당뇨까지 있다.

피부암도 의심되었었는데, 다행히 최근 음성판정을 받았다.

H 본인은 몇 년 전 암수술을 한 후에 철저하게 관리 중이다.

어머니도 얼마 전 간에 있는 혹 제거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제일 걱정이 누나다.

자궁암 4기 판정을 받았는데, 일반적인 항암치료로는 차도가 없어 임상단계인 치료방법에 참여하느라 매달 병원에 가야한다.

그럴 때면 H가 동행을 한다.

항암 치료 후에는 부작용으로 일주일넘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어머니의 암수술 후엔 동생인 H가 가서 돌봐야 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H는 다니는 일터에서 자주 조퇴나 결근을 한다.

이런 시간이 몇 년이 이어지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다.

집에서 전화라도 오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마음부터 졸이게 된다고 한다.

며칠 전에도 누나가 고통스러워한다고 와달라는 아버지의 새벽 전화에 일을 접고 급히 평택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안타까운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H를 위해 기도를 한다.

기도하다가 문득 “과연 이 사람을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하는 질문 앞에 섰다. 

H 가족들의 건강 문제가 해결되기를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인생에 닥치는 불행이 어디 그것뿐이랴! 건강하다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가난에 허덕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당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행복할 조건을 다 갖춘 것 같은데 남모르는 아픔으로 불행하게 사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결국 행복과 최선의 삶을 살기를 비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최선의 삶이 무엇일까?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만 있으면 최선의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결국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가? 

전도서는 이렇게 말한다. “(전 12:13)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최종 결론, 모든 것을 요약하면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을 지키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의 본질이라 한다.

결국은 이생의 마지막 종착점을 지나 인생은 전능자 하나님과 직면해야 한다. 

아마존 정글에서 원주민들에 의해 28살의 젊은 나이에 순교한 선교사 짐 엘리어트의 말이 떠오른다.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을 얻기 위해 어차피 지킬 수 없는 것을 버리는 자는 결코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 잃어버려서는 안 될 영원한 것을 꼭 붙잡고, 잠시 있다가 없어져 버릴 것들을 그 영원한 것들에 비추어 재조정하는 삶이 지혜롭다.

건강이든, 돈이든, 세상에서 누리는 모든 행복도 이 세상 너머의 가치에 비추어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당장 눈앞의 현실만이 아닌 그 너머 영원한 것들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오늘을 묵묵하게 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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